형수와 시동생
2006-05-23 (화) 12:00:00
대한민국의 민법 8조 2항에 보면 범인은닉죄 항목이 있다. 남자 쪽으로는 8촌까지 숨겨 주어도 범인은닉죄에 해당되지 않으며 부인 쪽으로는 직계인 처남을 숨겨 주어도 범인은닉죄에 해당이 되어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유목 사회에서나 있을 법 하지만 현존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 따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양심을 멀리한 채 가족관계의 중요함을 미화책으로 생각하면서 지나치기도 한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뒤로하고 현대호의 선장이 되어 남편 형제들의 무관심을 감수하면서 어렵게 적자의 계열사들을 흑자로 달성한 이 시점에서 현대중공업(회장 정몽준)이 현대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을 다량으로 매수하면서 M&A 하려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에 정몽준 의원은 정씨 직계 자손에 의해서만 경영이 이루어져야만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고로 어떻게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의원이 말을 바꾸고 신의를 배신한 것처럼 언제든지 말을 바꾸고 검은 속내를 드러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현 회장은 분통해하고 있다.
형 정몽구 회장의 구속과 현대자동차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전개되는 상황이 현명치는 못하게 보인다. 기업이 크다 보면 기업주는 공인이다. 가족관계의 도덕성이나 주시하는 국민들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으며 더욱이 대권까지 도전했던 정치인으로서는 생각과 생각을 거듭한 후 신중한 처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현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도와줄 백기사라며 현 회장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지만 지금까지의 보도대로라면 주식매입 방법과 과정이 현 회장의 입장을 고려치 않은 느낌이다. 많은 회사들이 회사의 이미지를 위하여 천문학적인 예산을 사용하고 있지 않는가.
진정으로 정치꾼이 아닌 정치인이라면 가족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만이 국민의 어려움도 알 수 있다는 상식을 정치인의 상전 국민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알고도 모를 일이 인간관계다. 같은 피가 아니라서 일까. 그게 아니라면 돈이 천추의 원수라고 탓할 수밖에.
이동희 <베데스다,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