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후보심사 (Vetting Process)
2006-03-26 (일) 12:00:00
20 몇 년 전 필자가 메릴랜드 대학 신문학 교수 시절 어느 날 내 연구실에 건장해 보이는 두 남자가 사전약속도 없이 불쑥 나타났다. 그들은 FBI 배지를 제시하면서 나의 제자 하나가 연방 마약단속청(DEA)에 취직원서를 제출하는 가운데 나를 조회인 하나로 거명했기 때문에 방문했다는 것이다. 여학생이었는데 성적이나 성품에 대한 질문은 기본이고 그가 술을 먹느냐, 마약을 사용하는 것 같으냐, 도덕적으로는 어떤 사람이냐 는 등 꼬치꼬치 캐물어서 주로 모르겠다는 대답이었지만 당혹스러웠던 경험을 했다. 말단 직원도 그와 같은 배경조사 끝에 임명이 되니까 직급이 높을수록 조사가 철저할 것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최근 클로드 알렌이라는 백악관 국내정책보좌관과 이승이라는 전 총와대 행정관의 사건을 읽어보면서 공직자 후보 심사과정에서 무엇인가 잘못되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본다. 45세의 흑인인 알렌 씨는 정말로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였던 모양이다. 닉슨의 모교인 듀크 법대 출신 변호사로서 흑인으로서는 드물게 노스 캐롤라이나의 제시 헬름스 전 공화당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활약 끝에 길모어 공화당 버지니아 주지사 밑에서 보건후생장관을 지내기도 했었다. 부시 첫 임기에는 연방 보건복지부 부장관을 지내던 중 연방 공소법원 판사로 지명되었지만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판사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기 때문에 그 대신 백악관 국내정책 최고위보좌관으로 발탁되었던 사람이다.
금년 1월2일 그는 타겟 백화점에서 사지도 않은 물건의 영수증을 제시하고서 환불을 받고 나오다가 체포되었었다. 2월 달에 알렌 씨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백악관 직을 사직했을 때 부시는 몹시도 애석해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알렌 씨의 1월 사건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명이 먹혀 들어갔던 모양이다. 하지만 작년 10월부터 금년 1월 사이에 비디오 테이프에 나와있는 바에 의하면 알렌 씨가 두 군데 백화점에서 물건을 바꿔치기 및 사지도 않은 물건의 환불을 받아 가는 등 5,000불 이상의 절도를 해갔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한다는 몽고메리 카운티 검찰의 발표는 백악관 당국자들은 물론 그의 이웃들도 놀라게 만들기에 족한 것이었다.
이승 씨의 사건은 더욱 심각하고 죄질이 흉악하다. 그는 같은 운동권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홍보실의 고위직에 있던 자기 부인을 자동차에서 넥타이로 목 졸라 죽인 혐의로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청와대 어떤 독신 여직원과 바람난 것에 대해 부인과 싸움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청와대 직원으로서는 아마도 전대미문의 대사건일 듯 하다. 죄질은 다르지만 알렌 씨의 경우도 백악관 참모들 중 최초일 것이다.
알렌 씨가 과거에도 도벽이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흑인들 중 90% 이상이 민주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흑인들 사이에 공화당의 입지를 넓혀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 아래 알렌 씨의 고위공직자 배경조사(Vetting Process)에서 대충 넘어갔기 때문에 그 점이 발견 못 된 사안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또한 이 씨에게도 가정폭력 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나 386 운동권 출신으로 소위 코드가 맞아서 청와대 3급 직원으로 특채되는 과정에 있어 그에 대한 조사가 철저하지 못했기에 그의 폭력성향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두 사람의 재판결과를 두고보아야 확실하겠지만 오랫동안 지속되는 절도행위나 배우자의 살인이 우발적인 경우가 흔하지 않기에 생각되는 점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