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요일은 장보는 날

2006-03-2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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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배우며

▶ 김정자 <버크, VA>

매일 배달되는 신문이지만 반가운 마음은 늘 새롭다. 그러나 난 금요일 아침 신문을 더 기다린다. 대형식품점들의 세일 광고 때문이다.
이들 대형식품점들은 일주일을 단위로 금요일부터 시작하는 세일 광고는 금요일자 신문에 전면, 혹은 두 면을 합쳐 크게 내면서 소비자들에게 다가온다. 똑같은 물건을 1~3 달러, 혹은 그 이상도 싸게 팔기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요긴하다 싶으면 미리 사놓는다. 이따금씩은 한인 고객들의 최대 관심사이 배추값을 히든카드로 빼들기도 한다. 갓이 얇고 이파리가 새색시의 치마폭처럼 새파란 예쁜 모습의 배추 한 박스가 1.99달러, 2.99달러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인하되는데 그럴 때 배추 한 박스를 사면 마치 횡재한 기분이 든다.
금요일이 되어 신문을 마주하면 다른 기사는 제쳐두고 식탁 위로 하나 가득 식품광고가 나온 페이지들을 쫙 펴놓고 구경을 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을 빌어 계절이 바뀐 것도 실감하고, 서로 가격을 비교해보면 이번 주의 샤핑 메모지에 선택한 세일 품목을 추가하고 쿠폰도 오려놓으며 시장 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나의 ‘금요일 장보기’는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꽤나 오래 전부터.
얼마 전 이 지역에 또 하나의 대형 식품점이 생겼고, 앞으로도 하나 더 오픈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금요일 아침 우리집 식탁은 더 많은 메뉴로 풍성해질 것이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더 넓어질 것이다.
내 경우는 여기저기서 세일을 한다고 해도 대개는 신문에서 보는 것으로 그치고 주로 집에서 가까운 곳을 이용한다. 약간의 돈을 절약하기 위해 오가며 길거리에 시간을 허비하기 싫고, 또 서로간 선의의 경쟁의 결과 전반적으로 품질과 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되리란 생각 때문이다.
어쨌든 신문에 나오는 식품광고만 잘 이용해도 쏠쏠하게 절약을 할 수 있고, 덤으로 싸게 살 때 느끼는 소박한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봄도 왔는데 이번 금요일에는 어떤 먹거리들을 세일하려는지 벌써부터 아침신문이 기다려진다.
김정자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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