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핸드폰 이야기

2006-03-12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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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생각

▶ 이혜란/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따르릉, 따르릉, 삐익삐익.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눈만 뜨면 제일 많이 들리는 소리가 핸드폰 소리인 것 같다. 내 귀가 나쁜지 전화소리가 작은지 허구한날 나는 그 소리마저도 잘 듣지 못하고 끊어지고야 들여다보는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다. 어떤 이는 온 세상 사람이 다 듣기를 원하는지 있는 대로 소리를 빽빽 지른다. 그곳이 자기 사무실인 줄 아는지 상점 안에서도 20여 분을 웃으며 크게 소리내어 전화하고 있다.
핸드폰이 처음 이 곳에 나왔을 때(물론 그 때 한국에는 핸드폰 없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이상하게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핸드폰을 구입하는 듯 했다. 그 때 나는 길에서 강도를 한번 당한 적이 있는데 가방을 가져가면서 내가 신고할까봐 그랬는지 영어로 핸드폰을 내놓으라고 했다. “핸드폰, 그런 것 없는데요”했더니 “남들 다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도 하나 안 갖고 다니느냐”고 야단을 맞았다.
요즘 한국이나 미국에서 핸드폰이 더 발달된 문자 메시지, 소형 TV, 카메라, 컴퓨터까지 역할을 한다니 세상은 참말 좋아진 것 같다. 아름다운 경음악, 피아노곡, 랩 뮤직은 물론이고 한국에 가보니 언어 메시지까지 넣어 “여보야, 전화 받어” “자기 전화 안 받고 뭐하니” 등 각양각색의 말들이 연속적으로 나왔다. 작은 사이즈에 그 많은 것들이 입력되어 있다니, 또 손톱 만한 핸드폰도 있다니 세상은 정말 변해가나 보다.
한국에서 어떤 이는 자기 사장님 아버지 장례식에 갔다가 핸드폰이 주책없이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야...” 하고 옛날 유행가가 울려 퍼져 모두들 당황했는데 사장님이 바로 그 곡이 아버님이 항상 좋아하시던 곡인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계속 듣자 해서 사장님과 친해졌다는 얘기가 있다.
요즘은 영화관이나 장례장, 회의장에서 쓸 수 있도록 그 방 안에 있는 모든 전화를 임시로 정지시키는 장치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핸드폰이 가끔 급한 일이 있어 긴요히 쓸 때도 있지만 있는 대로 소리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어찌 됐든 한국만큼 컴퓨터가 발달한 나라가 없어 컴퓨터 제품, 전화기들은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신제품이 먼저 퍼져간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가끔씩은 너무 빨리 달려가는 문명에 어리둥절하고, 옛날 전화소리 없던 시원한 우이동 계곡에 발 담그고 파란 자연만을 즐길 때가 그립다.
이혜란/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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