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골프가 그렇게 좋은가

2006-03-05 (일) 12:00:00
크게 작게

▶ 나의 의견

▶ 김일홍/VA

나는 골프 예찬론자다. 미국에 살면서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무슨 운동을 했을까. 나의 골프 핸디는 12정도이다. 10여년의 골프로 얻은 계급장이다.
그런데 나보다 골프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지금 서울에서는 이해찬 총리가 골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총리란 분이 분별없이 철도파업으로 비상이 걸렸는데, 3.1절 기념행사에도 참석치 않고, 부산지역 상공인들과 골프를 즐겼다고 해서이다.
그런데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닌 것 같다. 지난해 식목일에 동해안 지역 대형 산불이 일어나 낙산사가 소실되고 있는 시각에도 총리실 직원과 골프장에서 “나이스 샷”을 외쳤다고 한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의원들까지도 이해찬 총리의 안이한 자세를 질타했다. 당시 이 총리는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심심한 사과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근신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또 다시 물의가 일어났다. 남부 호남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 많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또 “나이스 샷”을 한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 방자한 태도인가 아니면 치매현상인가. 얼마 전 9시 뉴스에 국회 대정부 질문하는 한의원과 이 총리가 골프 문제로 입 싸움하는 장면을 보고 고소를 금치 못했다.
나는 공직자들이 골프를 하는 그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한때는 한국에서 정부 당국자들이 골프를 터부시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우 리는 골프를 정확히 알고 골프를 해야 할 것 같다.
우선 골프의 생명은 매너이다. 프로이든, 아마추어이든 매너가 없는 골퍼는 골프를 할 자격이 없다. 그 매너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골프를 신사의 운동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골프는 심판이 없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오직 골퍼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도 한다.
또 골프에는 이런 말이 있다. 100치는 골퍼는 골프를 소홀히 하며, 90을 치는 골퍼는 가정을 소홀히 하며, 80을 치는 골퍼는 일을 소홀히 하며, 70을 치는 골퍼는 모든 것을 소홀히 한다. 그러니 아마추어에게 골프는 자기 인생의 여가이어야지 주체일 수는 없다.
나는 이해찬 총리의 골프 핸디가 얼마인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 더 열심이어야 할 때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일홍/V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