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꼭 그래야만 했을까

2006-03-01 (수) 12:00:00
크게 작게

▶ 한마디

▶ 이지현/베데스다, MD

14년간 해오던 가게를 정리했다. 그 동안 세금에 관한 일은 모두 근처 공인회계사 A씨가 도맡아 도와주었다.
그 회계사로부터 청구서 한 장이 날아왔다. 내 기억으로는 깨끗이 정리가 된 줄 아는데 매달 내야하는 돈이 밀려있었다는 것이다.
계산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니 어련하랴 싶어 개인 체크로 청구서 액수를 지불하고 뭔가 석연치 않아 먼지가 쌓인 옛날 장부들을 밤새워 뒤져 문제가 된 달의 체크를 발견해냈다. 수표 끊고 남는 스텁을 갖고 회계사를 찾아갔더니 그 부인이 그것은 한갓 종이에 불과한 것이고 은행에서 되돌아온 체크를 갖고 오라는 것이었다.
14년간을 서로 믿고 거래한 처지에 그런 차가운 반응에 집에 와 다시 열심히 은행에서 돌아온 수표를 찾았다. 2004년 3월에 보낸 수표를 찾을 수 있었다. 회계사 사무실에서 받고도 사무처리상 누락이 되었던 것이다.
회계사를 찾아가 이를 제시하고 나중에 보낸 개인 수표만큼의 액수를 돌려달라고 했더니 줄 돈이 없다며 몇 년 전에 또 미납된 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청구서 보낼 때 분명 ‘Total Amount Due’라고 써서 보냈는데 그 날짜 이전의 것이 또 있다니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내가 분한 것은 찾아낸 수표로 흑백이 분명히 밝혀졌는데 자신의 실수를 인정치 않고 끝까지 자기네 계산에는 변함이 없다고 우기는 것이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은행에서 돌아온 말없는 종이 한 장이 이들의 실수를 증명해보이고 있는데 나에게 “미세스 리, 미안하게 됐네요”하고 한마디만 해주었으면 모든 게 봄눈 녹듯 녹았을 텐데….
이지현/베데스다, MD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