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친왕의 독립선언문

2006-03-0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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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론

▶ 이문형 <워싱턴 문인회>

100일이 남아있는 월드컵 물결이 범람하여 3.1절 민족해방운동의 민족혼을 삼켜버렸다 한다. 보도에 의하면 ‘3.1절보다 월드컵 D-100이 중요하죠‘ 이어진 보도내용을 읽노라면 어이가 없다는 정도를 넘어 슬퍼지기까지 한다. “올해 3.1절은 축구 팬들의 경축일이다. 85년 전 선조들의 독립만세가 울려 퍼졌던 전국 곳곳에서는 이동통신사의 월드컵 마케팅이 벌어진다. 지상파방송사들의 방송 편성도 월드컵 특집 투성이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축구에만 쏠리면서 민족독립과 자존의 뜻을 되새기는 3.1절의 의미는 실종되고 있다.”
이만하면 유관순 님을 비롯한 구국에 목숨을 걸었던 선현들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그저 좋고 재미있는 것만을 추종하는 세대들을 부추기거나 이용하여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방송이나 기업들의 모습도 바라보기가 심히 민망하다. 이러한 때에 이곳 워싱턴 지역에서는 뜻 깊고 의미도 심장한 3.1절 기념행사를 치르기 위하여 심히 애쓰고 있으니 다행이 아닌가. 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며 고마운 일인가.
워싱턴지역의 3개 한인회와 워싱턴지역 한인교회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3.1절 기념행사가 하루 전날인 2월 28일 밤에는 세 분의 강사 중 한 분인 이혜경 옹주 환영만찬을 베푸는 것으로 시작해서 3월 1일 6시부터 저녁식사, 7시부터 기념식, 8시부터는 세 분의 연사께서 각기 다른 주제를 발표하시게 되는데, 기념식 장소를 제공하며 협조에 앞장선 와싱톤 한인교회(김영봉 목사)에서는 참여인원 300여 명을 추정하고 저녁식사 준비는 물론 주차안내에까지 만전을 기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하니 우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선열들의 독립열망과 해방을 위한 투혼을 숭모하는 마음 가지고 참여하는 일에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될 것이다.
며칠 전 전주 리씨 종친회 워싱턴 분원에서 입수한 의친왕의 독립선언문을 소개하면서 무안한 마음을 달래본다.(본문은 신 개정판 완벽국사대사전에서 발췌하였다 함)
의친왕은 고종의 셋째 아들이자 순종의 이복동생이다.
그는 1891년(고종 28년)에 의화군으로 피봉 되고, 1894년 특명대사의 자격으로 일본에 다녀온다. 1900년에 의친왕으로 피봉 되었으며 1920년에는 항일단체의 전협(全協), 김희진(金熹鎭) 등과 의논하여 독립선언문을 작성하고 상해 임시정부에 보냈다. 그 독립선언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일본이 매국간신들을 이용하여 우리나라는 합병되고, 내 부왕과 모후를 살해한 것이요, 결코 부왕께서 합병을 긍허(肯許) 하신 게 아니다.
나는 한국인의 일인인즉 차라리 독립된 한국의 한 시민으로 될지언정 일본의 황족 되기를 불원하는 바이며 임시정부가 설립된 당지에 가서 광복을 위해 만의 일이라도 보조하려 한다. 이 결심은 오로지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함과 조국의 독립 및 세계평화를 위함에서이다.>
이해 11월에 방중을 이용하여 의친왕은 인사동 궁궐을 빠져 나와 세검정에서 정남용과 상의한 끝에 상복차림으로 정남용을 동반하여 상해를 향해 출발, 2등 차편으로 만주의 안동까지 갔으나 일본 경찰에 발각되어 서울에 송환되었다. 그 뒤 일본정부의 강청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도일하지 않으며 배일정신을 지켰다.
이문형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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