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잊은 아내 생일
2006-02-19 (일) 12:00:00
여느 때나 다름없이 오늘 아침에도 잠에서 깨어 눈을 뜨자마자 기도를 했다. “천지 만물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시여, 오늘은 2월12일 일요일 하루가 시작되는 날입니다”라고 기도를 시작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놀랐기보다는 당황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어제가 아내 생일인 것을 오늘에야 알게 된 것이다. 아내가 어제 하루를 지내면서 얼마나 서운해 했을까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어제 아내의 행동이 좀 이상했던 것 같다. 보통 때와는 달리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고 오늘은 일요일인데 어디 외식이라도 한번 할까 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오늘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으니 집에서 그냥 푹 쉬자고 대꾸했다.
특히 자식도 다 커서 집에 같이 안 살고 우리 둘만 살고있는 터이라 더 더욱 야속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늙으면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며 살아야하는데 무관심한 사람처럼 비춰졌을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면 손을 꼭 붙잡고 “미안 여보, 늦게나마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라고 말할 참이다. 내년에는 아내 생일을 잊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을 다짐해 본다.
알렉스 최/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