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피지기(知彼知己) 지미지한(知美知韓) (4)

2006-02-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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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

▶ 정상대 <훼어팩스, VA>

미국 경영학의 창시자 F.W. 테일러 얘기를 한번 해보자. 그는 100년 전 관리학, 즉 Management 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던 사람이다. 테일러는 피츠버그의 베들레헴 철강 회사에서 소위 표준시간을 측정하여 종업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달성했다. 이것이 과학적 관리기법(Scientific Management)이다. 이것이 발표되자 미국 의회는 테일러를 초청, 전 국회의원 앞에서 연구결과를 설명하게 했고 질의응답도 있었다. 이후 피터 드럭커에 의해 관리학이 경영학, 즉 Business Administr ation 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여러 종업원 중에서 가장 힘 좋고 부지런하며 모범적인 최종 한 명으로 테일러는 어느 사람(인종)을 선발했느냐 이다. 부지런한 민족으로 듣고 배워 온 독일계나 유태계도 아닌 영국 북구의 스코틀랜드 출신이 뽑혔다는 사실이다.
지난 주말 워싱턴에는 10여 인치 이상 눈이 내렸다. 우리집 부근의 백인들은 일요일 아침 6시부터 일어나 눈 치우는 기계로 자기 차고 앞과 차도를 순식간에 치워버렸다. 나는 눈삽으로 힘들게 치웠다. 1년에 한두 번 사용할 눈기계를 사놓고 백인들은 쉽게 눈을 치운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여러 면에서 나와 다름을 느끼고 산다. 그들은 먼저 이 땅에 왔으니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언어, 문화, 법률문제 등 하나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언덕을 올라오다 우리 차가 눈길에 올라오지 못하고 서버렸다. 22년만에 작년 가을 처음 산 토요타 6기통 새 차다. 계속 실눈이 슬슬 뿌리고 있다. 삽으로 앞 뒤 차바퀴 부근의 눈을 치워도 토요타는 헛바퀴만 돌고 있다. 이때 우리 옆집 스티브가 눈을 치우다 나에게 왔다. 언제든지 차를 뒤에서 미는데 필요하면 자기를 부르라 했다. 17년 이웃사촌으로 우리가 늘 도움을 받아왔지만 눈 내린 추운 이날 아침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반 시간 여 눈 치우느라 고생하다 차 후드 밑을 봤다. 엔진 밑쪽을 보호하는 플라스틱 조각이 30cm 이상의 눈높이 때문에 밑으로 처져버린 것을 발견했다. 쳐진 칸막이를 떼내고 시동을 거니 쌩 하며 차가 움직였다. 군대 기갑(탱크) 출신의 경험이다.
세계 모든 민족이 다 모여 사는 신천지 미국 땅. 영국계인 스티브가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을 가질까. 수년 전 잔디를 깎는 나에게 수동기계로 계속 잔디를 깎느냐는 얘기였다. 나는 코리아에서 엔지니어 출신이라 운동 겸 슬슬 잔디 깎는 것이 내 취미라고 넘겼다. ‘시간이 곧 돈이다’는 교육이 몸에 밴 미국사람이다. 그는 잔디 깎은 후 농구연습, 자전거 타기, 테니스 하고 집에서 쉰다. 나는 몇 시간 잔디 깎고 뒤처리하느라 시간 보낸다.
나보다 나이 적은 스티브보다 더 부지런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텃밭에 심어 먹는 채소 덕분에, 키 큰 스티브보다 젊어 보이는 맛에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정상대 <훼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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