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혈 육

2006-02-05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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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순 <버크, VA>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았다. 피라미드는 왜 삼각형일까?
내 머리 회전은 때론 10마일로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100마일로 달린다. 이 질문을 받고서 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곳에다는 당연히 삼각형으로 세워야한다는 답을 얻었다. 당연히 나는 기하학에는 문외한이다. 아니, 기하학은 물론이고 모체인 듯 싶은 수학은 아예 깡통이다.
어느 집 아빠가 집을 나갔다. 그래서 현재는 엄마가 생활을 맡아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했다는 거다. 집을 나간 아빠가 기운이 쇠하여지면 당연히 가족들을 찾아올 것이다. 아빠가 집을 나가기 전에 자식에게 안 좋게 대했었다면서 돌아온다면 자식들은 나 몰라라 할 것으로 이야기한다. 사람이 지닌 감성을 깨달은 탓인가.
인생살이를 마치 무슨 공식에 맞추어 생각하던 나에게 변화가 일었다. 특히 가족에 관하여 내린 답이 바뀌게 되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 애들이 아빠가 돌아와서 배가 고프다면서 도와주기를 청해도 모른 체 할 거로 말을 한다. 당연히 그 답에 절대적인 지지를 해야하는데 내 대답은 그렇지가 않았다. 아이들이 30대 정도에서는 받아줄 거로 말했다.
젊을 때는 단지 자기만을 생각하게 된다. 인생의 연륜이 쌓여지면 뿌리, 그러니까 근본에 관하여 생각하게 된다. 각 나라에서 모여든 곳에서 내 나라만을 고집할 수는 없더라도 내 몸을 흐르며 따스하게 해주는 피를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피에는 외형적인 존재를 나타내는 피와 정신을 주장하는 피, 두 종류가 있다. 정신을 주장하는 피는 자신의 뿌리는 느끼는 피를 뜻한다.
수많은 세월을 견딜 수 있도록 도안된 삼각형의 피라미드. 그것을 인간의 정으로 생각하자니 타인, 그것도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사람과 사람간의 정이다. 안전하다 생각되는 직사각형, 정사각형의 네모꼴도 결국에는 내침이 있어서 안정권이 아닌 거다.
떠났던 아빠가 극히 안 좋은 형편으로 되돌아와 도움을 구할 때 아이들이 언제이고 받아들이리란 믿음을 쥔 것은 가족이란 둥근 모양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런 정이 쌓일 수 없는 삼각형도 아니고, 그냥 저냥 온갖 것을 포용하는 평면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아주 못된 일을 저질러 사형언도를 받은 사형수에게도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며 슬퍼할 단 한 사람은 있다. 10달 동안 자신의 뱃속에서 사랑과 양분을 먹이신 어머니, 우리가 지내는 지구의 역사가 지속될 수 있음은 피 때문이다. 서로 마음이 피라미드 같이 변하지 않는 한 인류는 미움, 증오가 가득해도 계속될 것이다. 서로가 혈육을 아끼는 마음이 자리해 있으니까.
더하여 지구도 언제까지나 굳건히 자리할 것임이 분명하다. 돌연, 괜스레 내 몸이 따뜻해옴은 웬 일일까.
김부순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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