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하균 "양아치·순진남 내안에 모두 들어있어요"

2001-10-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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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막 빠져 나온 듯한 느낌의 배우가 있는가 하면, ‘민간인’ 느낌이 물씬한 배우가 있다. 신하균(27)은 후자다. 별로 크지 않은 목소리에 단정한 말투, 친근한 눈매.

그러나 그런 신하균의 출연작 목록에는‘일상적 연기’를 요구하는 작품은 별로 없다.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에서의 일탈적인 코믹 연기,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막내 동생 같은 북한 병사. 앞서 연극 ‘허탕’ ‘택시 드리벌’’박수칠 때 떠나라’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메라 앞에서 에너지가 폭발하는 타입이다.

신하균은 서울예대 선배인 장진 감독의 영화적 페르소나(인격체)인지도 모른다. 벌써 9년. 그러나 앞으로 그는 장진 감독의 영화와는 좀 거리를 두고 싶다. “다른 감독과 만나 새로운 연기 스타일을 모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도 이런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가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것은 그만큼 ‘스타 파워’ 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당한 주연이다. 박찬욱감독이 신작 ‘복수는 나의 것’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유괴범의 역할에 신하균을 택한 것이 그 증거이다.

“정말요? 전 전혀 모르겠는데요.” 영화 ‘킬러들의 수다’ 시사회장에는 원빈팬과 신하균 팬이 반반이다. 그도 놀란다. TV 드라마와 많은 CF를 통해 이름이 널리 알려진 원빈에 대해 열망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신하균은 조금 다르다. 최근 한 영화전문지가 뽑은 ‘앞으로 가장 유망한 배우’에 뽑힌 신하균이지만 유명세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10, 20대 여성 팬이 많은것은 포지션의 뮤직비디오 ‘아이 러브 유’에서 보였던 앳된 모습 때문이다. 그러나더 많은 이들은 영화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 온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에 더 집중한다.

“한 박자쯤 느리게 가는 코미디가 바로 장진의 코미디이다. ‘킬러들의 수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막힌 사내’의 정서에 가깝지만 대중에게 더 많이 다가갈 수 있는 코드가 많은 영화이다.” 그가 분석하는 ‘킬러들의 수다’는 그렇다. 신하균이 맡은 정우는 자동차가 폭발하는 소리에 희열을 느끼는타고난 킬러지만 자신이 죽여야 하는 여자와 춤을 추고, 화분을 선물로 받아오는 그런 청년. 한마디로 ‘양아치’와 순진남을 반반씩 섞어 놓은 캐릭터다.

“내 안에 두 모습이 다 들어 있다.영화 속 캐릭터를 무작정 쫓아가기보다는 캐릭터와 내 성격의 공통점을 찾아 재배열하려 노력한다.” 눈가에 잔주름이 예쁘게 퍼지는 순진한 눈매가 어느새 부글부글 끓는 뇌를 가진 다혈질의 눈빛으로 변한다.

그는 요즘 매일 2,000번씩 줄넘기를하는 덕에 몸무게가 많이 줄었고, 한번에 5시간씩 걸리는 염색을 자주 해 머리 숱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그 영화를 이야기할 때 그의 볼은 상기된다. “사실 대사가 반 이상 표현을대신해 주는데 대사가 없으니. 농축된 연기를 하나씩 뽑아내야 하는 것이라 힘이 든다. 그러나 그만큼 소중한 영화이기도하다.”

‘반칙왕’에서 송강호에게 시비를 거는 동네 깡패로 나왔지만 얼굴 한 번 클로즈업되지 못했던 것이 2년 전. 이제 그는 송강호와 대등한 게임을 벌인다. 그의 주먹, 벌써 많이 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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