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화경] 돌아온 ‘내신 인플레이션’

2026-06-10 (수) 12:00:00 김정곤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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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7월 30일 전두환 신군부는 개인 과외를 전면 금지하고 대학 본고사를 폐지하는 교육 조치를 군사작전처럼 발표했다. 이때 내신제(10등급)가 대학 입시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명분은 공교육 정상화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뒤 국민적 저항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교육 평준화 등을 앞세워 민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았다. 고교 내신제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고교 내신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하며 변덕이 죽 끓듯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에는 ‘5·31 교육개혁’으로 15등급제로 세분화되고 학교생활기록부가 도입됐다.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수·우·미·양·가’ 절대평가와 수행평가가 도입됐다. 내신 줄 세우기 경쟁을 줄이자는 취지였지만 전국 고교에서 ‘수’를 남발하는 내신 인플레이션이 부작용으로 뒤따랐다. 내신의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대학과 수험생 모두 혼란에 빠졌다.

■노무현 정부가 이를 다시 손봤다. 2005년 고교 1학년부터 9등급 상대평가를 적용해 2008학년도 대입에 처음 반영했다. 그러나 상위 4%에만 1등급을 주면서 학생들은 0.1점을 더 따내기 위한 경쟁에 내몰렸다. 논술에 수행평가까지 챙겨야 하는 이중삼중의 부담도 커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내신제는 5등급제로 다시 바뀌었다. 1등급 문턱을 상위 4%에서 10%로 낮추자 변별력 악화 우려가 커졌고 현실이 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5등급제를 적용받는 전국 일반고 고1의 주요 5개 교과 평균이 9등급 시절인 전년보다 3.5점 뛰었다. 내신 인플레이션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고교생 학업 중단자가 1만 8498명으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56.0%가 5등급제를 적용받는 고1이라고 한다. 내신이 불리하면 자퇴하고 수능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학생이 늘어난 탓이다. 내신 따로 수능 따로 공부해야 하는 세상이다. 오락가락 제도 변화는 수험생들의 혼란만 키운다. 왜 교육이 백년지계인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김정곤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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