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대척점에 선 아빠와 아들
2026-06-09 (화) 01:39:59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
2022년 3월 치러진 제20대 대선은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표심이 극명하게 갈린 선거였다. 선거에서 성별, 연령대별로 누굴 찍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건 방송3사 출구조사가 유일하다. 당시 20대 이하 남성의 58.7%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진 반면, 20대 이하 여성 58.0%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젊은세대 내 성별 균열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 시작한 원년으로 기록될 법하다.
■ 석 달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이들의 균열은 더 심해졌다. 이대남의 65.1%가 국민의힘 후보를, 이대녀의 66.8%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그래도 30대에선 간극이 덜한 편이다. 남성의 58.2%가 국민의힘, 여성의 56.0%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1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만 해도 이대녀들이 박영선 민주당 후보(44.0%)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40.9%)를 엇비슷하게 지지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 2024년 총선에선 또 하나의 전선이 확인된다. ‘이대남’과 ‘오대남’, 즉 부자(父子) 세대의 균열이다. 모든 연령대와 성별 중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세가 가장 높았던 건 50대 남성(44.5%)이었다. 이대남(17.9%)의 2.5배였다. 반면 이준석 공동대표가 이끌던 개혁신당은 이대남에게 가장 높은 지지(16.7%)를 받았다. 오대남은 2.7%에 불과했다. 물론 20대 남녀 간 간극도 여전했다. 민주당 위성정당 지지는 이대녀(51.0%)가 이대남(26.6%)을 두 배가량 웃돌았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구조사 예측은 엇나갔지만, 그래도 성별·연령별 추이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자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준 건 이대남(75.3%)이었다. 반면 정원오 민주당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한 건 이대녀(48.5%)가 아닌 오대남(61.7%). 16개 시·도지사를 통틀어 봐도 민주당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준 이들이 오대남(73.6%)이었다. 20대 남녀보다 부자지간의 정치적 인식 격차가 더 크다는 뜻이다. 부자 세대 간 접점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