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5대 보험사 분석
▶ 지난해 보상 못받은 비율 35.6%에서 44.4%로 증가
▶ 재해 많은 지역이 더 타격
▶ 공제액 올리며 재정부담도

대다수 주택 소유주들이 가입해 있는 주택보험의 공제액과 보험규정이 까다로워지며 정작 피해를 당했을 때 못받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로이터]
대다수 주택 소유주들이 주택보험을 가지고 있고 이를 꼭 필요한 안전망으로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험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릿저널(WSJ)이 전국보험감독관협회(NAIC)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5대 주택보험사인 스테이트팜, 올스테이트, 리버티 뮤추얼, 유에스에이에이(USAA), 파머스는 지난해 종결된 보험 청구 가운데 44.4%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10년 전 35.6%보다 8.8%포인트나 크게 증가한 수치다.
보험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산불 등 각종 재해로 주택보험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면서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해 왔다.
특히 가입자가 먼저 부담해야 하는 공제액(deductible)을 크게 높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험료 급등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 역시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높은 공제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이 경우 실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손해액이 공제액을 넘지 못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일부 보험사는 허리케인이나 우박 피해에 대해 별도 공제액을 적용하거나, 공제액을 고정 금액이 아닌 주택 가치의 일정 비율로 계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지붕 교체와 같은 고가의 보험 청구에 대해서는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WSJ가 인용한 한 사례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응급실 의사 비키 와이드너는 2024년 골프공 크기의 우박 폭풍으로 차량은 물론 지붕이 심하게 손상됐다. 외부 지붕 설치 업체는 약 4만9,000달러 규모의 지붕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스테이트팜은 피해 규모가 약 2,000달러에 불과하며 공제액 이하라고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현재 와이드너를 포함한 수백 명의 오클라호마 주민이 스테이트팜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을 구매할 때 해당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실적이나 무지급 비율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공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비자들은 결국 회사의 인지도나 가격만으로 상품을 고를 확률이 높다.
WSJ가 지난 10년간 5대 보험사의 보험료 비지급 비율을 분석한 결과 스테이트팜, 올스테이트, 리버티뮤추얼, 파머스 등 주요 보험사들은 무지급 비율이 크게 상승한 반면, 5대 보험사에 속하지 않는 일부 보험사는 오히려 10년 전보다 더 많은 청구 건에 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차이도 컸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 자연재해가 잦은 지역일수록 불리했다. 플로리다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비율이 가장 높은 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무지급 비율 증가가 반드시 부당한 보험금 거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USAA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청구 중 상당수가 공제액 이하 손실, 고객의 청구 철회, 또는 추후 재개되어 지급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보험 청구는 집소유주들에게 또 다른 문제를 남긴다. 보험금을 받지 못한 청구라도 보험사 기록에는 남기 때문에 향후 보험료 인상이나 계약 갱신 거부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텍사스 등 일부 주에서는 이를 제한하고 있지만, 많은 주에서는 보험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금 지급이 거부됐다고 판단될 경우 ▲보험사에 공식적인 거절 사유서를 요청하고 ▲사진이나 독립 감정인의 보고서 등 추가 증거를 확보한 뒤 ▲보험사에 이의제기 절차를 거칠 것을 조언했다.
또 다양한 보험사의 가격과 보험 약관을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힘들지만 주택보험 에이전트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주 보험감독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공공 손해사정인(public adjuster) 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