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 잇는 메가 IPO
▶ 몸값 1조달러 전망… 이르면 가을 상장
▶ 앤스로픽과 자금확보 경쟁 맞물려
▶ IPO 러시에 “닷컴버블 재연” 우려
▶ 인덱스 펀드 영향력 확대도 변수로
챗GPT를 앞세워 전 세계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해 온 오픈AI가 스페이스X와 앤스로픽에 이어 미국 증시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합산 기업가치만 총 4조달러에 육박하는 초대형 기업들이 잇달아 공모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른바 ‘메가 기업공개(IPO)’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기업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산업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지만 일각에서는 수익이 입증되지 않은 공모주 붐은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오픈AI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방식으로 상장 예비신청서류(S-1)를 제출했다”며 “향후 시장에 알려질 것을 감안해 직접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구체적인 상장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가을 증시에 입성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픈AI는 2022년 챗GPT를 출시하며 생성형 AI 시대를 연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올 3월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8,520억달러로 인정받는 등 전 세계 비상장기업 중 기업가치 기준 3위다. 월가에서는 오픈AI가 이번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가 1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모 조달 자금도 6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픈AI가 상장을 서두르는 배경은 자금 확보 경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의 최대 경쟁사 앤스로픽은 1일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은 기업가치 9,650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상장 시 몸값은 1조 달러로 사업 내용이나 기업 덩치가 오픈AI와 유사해 투자층이 겹친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12일 나스닥 데뷔를 앞두고 있다. 스페이스X는 기업가치 1조7,500억달러를 목표로 총 75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 경영진은 앤스로픽이 먼저 상장하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AI 기업들의 몸값이 회사 기초체력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WSJ는 “오픈AI는 상장 과정에서 2030년까지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매출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개별 기업을 떠나 연이은 대형 IPO 자체가 증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대규모 신주 발행이 시장의 수급 부담을 키워 시장 급락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알리안츠트레이드의 아노 쿠하나탄 리서치 책임자는 “이 정도 규모의 물량이 단기간에 쏟아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닷컴버블’ 직전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1999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400개가 넘는 기업이 상장에 나섰고 이듬해부터 증시는 급락세를 보였다. 기업들이 가장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시점에 IPO에 나서는 만큼 상장은 곧 시장 고점의 신호라는 분석이다.
특히 시가총액 순위에 따라 기계적으로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의 영향력이 확대된 점이 변수다. 스페이스X·오픈AI·앤스로픽은 상장 이후 나스닥100 지수 편입이 확실시된다. 이미 미 증시가 오른 상황에서 지수 추종 자금이 의무적으로 이들 종목을 담을 경우 거품을 부풀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
서울경제=이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