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치 한 조각

2026-04-28 (화) 08:02:09 이재훈 수필가, 소설가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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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의 매운 기운도
소금에 절인 배추의 짠 숨도 아니다

그 한 조각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익어가는
긴 시간을 견딘 맛이다

하얀 쌀밥 위에
붉게 빛을 올린 작은 점 하나
그 안에 손끝의 온기와
부엌의 하루가 스며있다

혀끝에 번지는 그 맛은
삶을 지탱해 온 얼에서
새콤한 숨으로 기지개를 켠다.

<이재훈 수필가, 소설가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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