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생소득’이라는 말에 숨은 오해들

2026-03-26 (목) 08:02:26 앤디 김 Solomon Financial Solution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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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상담에서 “평생소득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은퇴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대화를 조금만 더 이어가 보면,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평생소득’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안에 담긴 구조와 조건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동시에 자주 오해된다. 이 오해들이 쌓일수록 은퇴 후 자산 관리의 방향은 어긋나기 쉽다.

가장 흔한 오해는 평생소득을 단순히 “오래 받을 수 있는 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받을 수 있느냐, 총액이 얼마냐에만 관심을 둔다.
하지만 은퇴자에게 중요한 것은 기간이나 총액이 아니라 끊기지 않는 구조다.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생활의 기본을 책임지는 소득이 유지되는지가 핵심이다. 몇 년 뒤에 끝나는 소득과 살아있는 동안 지속되는 소득은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은퇴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르다.

두 번째 오해는 평생소득이 있으면 모든 불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득의 ‘크기’와 ‘역할’이 맞지 않으면 불안은 여전히 남는다. 생활비보다 너무 적은 소득은 결국 다른 자산에서 인출을 강요하고, 그 순간 다시 시장과 감정의 영향을 받게 된다.


반대로 모든 자산을 소득으로만 묶어두면, 예기치 못한 지출이나 환경 변화에 대응할 유연성이 사라진다. 평생소득은 은퇴 자산의 전부가 아니라,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세 번째 오해는 평생소득을 만들면 자산의 성장은 끝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소득 구조를 고민하는 순간, “이제 더 이상 수익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은퇴 후 자산 관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분리의 문제다. 생활비를 책임지는 자산과, 인플레이션과 장수에 대비해 성장을 담당하는 자산은 역할이 다르다. 소득 자산이 바닥을 지켜줄 때, 성장 자산은 오히려 더 차분하게 운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오해는 평생소득이 있으면 ‘지금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퇴자들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선택하거나, 반대로 부담이 커져 아예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위험은 결정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기준 없이 미루는 것이다. 은퇴 후 소득 설계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구조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시작이 늦어질수록 선택지는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준비 없이 움직일 이유는 없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평생소득을 ‘상품’으로 이해한다. 무엇을 사느냐, 어떤 이름이 붙어있느냐에 집중한다. 하지만 평생소득은 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같은 조건처럼 보여도 개인의 자산 규모, 가족 상황, 기대 수명, 다른 자산과의 조합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평생소득은 남의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되고, 자신의 삶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평생소득은 은퇴자의 삶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은퇴자의 삶을 시장으로부터 분리시켜 주는 안전장치다. 이 구조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으면, 평생소득을 만들어 놓고도 불안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은퇴 후 자산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평생’이라는 단어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 소득이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은퇴자들이 실제로 가장 많이 후회하는 선택들을 살펴보려 한다. 왜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이라고 말하는지, 그리고 그 후회가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볼 예정이다.
문의 (703) 200-1412

<앤디 김 Solomon Financial Solution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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