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울을 떠나는 해는

2026-02-17 (화) 07:53:01 이중길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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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턱에서 서성거리는 해
동면의 잠을 깨우기 위해 마음이 바쁘다
봄을 갈망하는 땅의 울부짖음을 듣고
스산한 하늘에 낮게 떠서
땅속에 온기를 주며 몸살을 한다
짧은 하루를 가진 해의 얼굴
구름 속에 외롭게 핀 눈꽃처럼 차갑다
하얀 눈(雪)을 품고 있는 해
땅속에 헤매는 애벌레 눈구멍에
숨어 있다가 수선화 웃음으로 피어난다
뒤뜰의 나무에 앉아 있는 하얀 새들
부리는 하늘에 떠 있는 해를 향하여
비상을 준비하듯 앉아 있다
따뜻한 봄바람에 귀를 기웃거리다
갑작스런 천둥소리에 놀라 떨어지는
무수한 새의 날개
꽃잎이 되어 흩어진다
겨울을 떠나는 해는
새들의 깃털처럼 흩어지는
봄에 물든 꽃잎을 바라본다

<이중길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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