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는 시작됐지만… 자산관리는 지금부터 ①

2026-01-29 (목) 08:06:15 앤디 김 Solomon Financial Solution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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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인생의 하나의 목표처럼 생각한다. 오랫동안 일해 온 직장을 떠나는 순간이 은퇴의 끝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은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하는 삶은 끝났을지 몰라도 자산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문제는 많은 은퇴자들이 이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은퇴 전과 같은 방식으로 자산을 그대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은퇴 전에는 자산이 성장해야했지만, 은퇴 후에는 자산이 버텨야 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은퇴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불안해질 수 있다.

은퇴 전 자산 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모을 수 있는가’였다.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변동성을 감수하며, 장기적인 평균 수익률을 기대하는 전략이 합리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더 이상 매달 들어오는 급여가 없고,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은퇴자들이 여전히 불확실한 투자계좌에 자산을 그대로 두거나,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은행계좌에만 돈을 묶어두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는 위험해 보이고, 다른 하나는 안전해 보이지만, 은퇴자의 관점에서 보면 두 선택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

투자계좌는 수익의 가능성이 있는 대신, 은퇴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바로 은퇴초반의 시장 하락이다. 은퇴 직후 몇 년 동안 큰 손실이 발생하면, 그 이후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이미 인출된 자산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이 평생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다. 반대로 은행계좌는 원금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심이 되지만, 낮은 이자와 인플레이션 앞에서는 서서히 자산의 실질가치가 깎여나간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은행에 가만히 두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위험이다.

그래서 은퇴 후 자산관리는 ‘투자냐 예금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은퇴 이후의 자산은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일부 자산은 성장의 역할을 내려놓고, 대신 안정적인 소득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가져야한다. 매달 얼마가 들어오는지,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해도 소득이 계속되는지, 오래 살수록 자산이 오히려 유리해지는 구조인지가 중요해진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불안은 수익률이 아니라, 자산이 언제 바닥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 불안을 제거해주는 구조가 바로 은퇴 후 자산관리의 핵심이다.

많은 은퇴자들이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은퇴 후 자산관리에서 기다림은 종종 기회를 줄이는 선택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는 많아지고, 조건은 바뀌며, 선택지는 좁아진다. 특히 평생 소득을 설계하는 구조에서는 시작 시점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은퇴 후 자산관리는 공부를 오래한다고 더 좋아지는 문제가 아니라, 방향을 정하고 구조를 갖추는 순간 비로소 안정을 주는 문제다.

은퇴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은퇴를 했느냐가 아니라, 은퇴 이후의 시간을 어떤 구조로 살아가느냐다. 자산이 시장의 눈치를 보며 흔들리는 삶인지, 아니면 매달 들어오는 소득을 기준으로 계획할 수 있는 삶인지에 따라 은퇴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칼럼을 통해 앞으로 우리는 은퇴 후 자산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투자계좌와 은행계좌를 어떻게 재배치해야하는지, 그리고 평생 소득 구조가 왜 은퇴자에게 중요한 기준이 되는지를 하나씩 살펴보고자한다. 은퇴는 시작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자산관리는 지금부터다.
문의 (703)200-1412

<앤디 김 Solomon Financial Solution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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