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 첫 날에는 소박한 행복을 기대하며 설레인다. 딸네 가족과 손주들이 찾아오고 세배를 받는 것이다. 고사리같은 손을 펴고 엉덩이는 하늘 높이 올리며 머리는 땅에 박을 듯 이마를 대고 절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대견하다.
애들 엄마가 가르쳐준 한국말을 총 동원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삼중창을 듣고 나면 복이 세 배로 들어오는 기분이 들며 흐뭇해진다.
세뱃돈을 주는 할아버지의 이마엔 주름이 펴지고 눈동자 속에선 웃음과 행복이 반짝이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한글학교 보내며 노력한 덕분인지 한국말을 거의 다 알아듣긴 하는데 대답은 꼭 영어로 돌아오니 손주들에게서 한국말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 줄 알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 그래도 떡국은 모두 좋아하길래 정성껏 끓여놓고 열심히 한국의 전통음식과 문화를 설명하곤 한다.
또 기대되는 게 있다. 해마다 연주하는 비엔나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이다. 올해는 필라델피아와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음악감독인 캐나다 출신 야닉 네제-세갱이 지휘했다. 주로 요한 스트라우스 1세나 2세의 왈츠나 폴카가 공연되지만 그 해가 모차르트나 하이든, 바그너등 음악가의 서거 200주년이라던가 하는 특별한 해엔 그 음악가를 기리는 음악도 공연한다.
어김없이 올해도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의 아름다운 선율이 연주되었고 곧 이어 무대를 떠난 지휘자가 관중 속에서 오케스트라와 관중들의 박수를 악기처럼 멋지게 지휘하면서 “라데츠키 행진곡” 을 연주했다. 이 곡은 스트라우스가 1848년 작곡해서 요제프 라데츠키 장군에게 헌정한 곡이라고 한다. 열광적인 오케스트라 연주와 관중들의 음악사랑이 완전한 음악이 되었고 가장 유쾌하고 산나는 분위기였다. 객석의 통로를 다니며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던 네제-세갱의 독특하고 멋진 퍼포먼스로 관중과 오케스트라의 일체감과 역동적인 지휘는 한동안 넋을 잃게 하였고 지휘자의 새해 인사에서 새해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해마다 정초가 되면 비엔나의 아침은 왈츠의 선율로 넘친다고 한다. 매년 방송으로만 보고 듣는 것이지만 언젠가는 빈 필하모닉의 본 고장에서 ‘뮤지크페라인(Musikverein)’의 골든홀을 가보고 싶다.
신년음악회는 1939년 12월31일 송년음악회로 시작되었지만 1941년 1월1일을 기해 공식적으로 명칭을 바꾸어 신년음악회가 되었다. 크레멘스 크라우스가 첫 지휘를 시작해서 로린 마젤,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헤르베르트 폰 카랴얀,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티안 틸레만, 구스타보 두마멜 등 해마다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나와서 연주하는데 2021년엔 코로나로 인해 사상처음 관객없이 온라인으로 오케스트라 연주가 있었다 한다.
삶은 하늘이 주신 것이고 행복은 내가 가꾸는 것이다.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 올해는 말의 힘찬 정기를 받아 만사형통하고 도약하는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힘차게 시작 해서 완벽하지는 못해도 자신만이 갖는 꿈이 내일을 빛내고 고운 마음밭에서 사랑의 빵을 나누며 웃음꽃이 계속 피어나고 그 꽃이 작은 등불이 되어 세상에 비추어질 때 우리모두의 행복도 피어나지 않을까… 설레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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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