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소박한 삶, 위대한 리더’

2026-01-27 (화) 08:39:56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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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누군가의 마음의 아픈 상처를/ 막을 수만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진맥진 해서 떨어지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에 올려놓아 주었다면 / 나는 헛된 삶을 산 것이 아니리 (에밀리 디킨슨의 시 ‘소박한 삶’ 중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삶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돌보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교회는 가난한 자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었다. 실명한 가난한 사람의 눈을 뜨게 해 달라고 그가 죽기 직전에 두 눈을 기증한 미담은 아직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남기고 간 각막 기증 이야기가 확산되자 장기 기증을 서약한 사람의 숫자가 평소보다 8배로 늘었다. 각막 기증 신청자는 무려 3만 명에 이르렀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리더의 희생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자석 같은 영향력이 있다. 리더의 도덕적, 윤리적 수준은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안전과 성공을 위해 물질, 지위, 명예를 치열하게 추구한다. 하지만 리더의 삶은 다르다. 이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친 위대한 리더 중에 부자로 죽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신만의 성공을 추구한 사람도 거의 없다.

예수를 보라. 로마 병정이 찢어 놓은 옷 한 벌만 남기고 떠나갔다. 나중에 그 옷조차 로마 병정들이 가져갔다. 사도 바울을 보라. 바울의 삶의 범위는 넓어서 지중해 전체를 포용했다. 지중해 연안의 유명한 도시마다 바울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바울이 남긴 것은 13권의 서신서가 제일 소중하다.

탈무드에 나오는 유명한 얘기다. 어떤 여행자가 마을 뒤 산에 잣나무를 심고 있는 한 유대인 랍비에게 물었다. “이 잣나무가 언제 열매를 맺게 될까요?” “글쎄, 한 50년 후 쯤 되겠지.” 여행자가 다시 물었다. “랍비께서 이 열매를 따서 드실 때까지 살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니지, 나는 후손들을 위하여 이 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라네. 내가 이 세상에 왔을 때 우리 조상들도 이 잣나무를 심었거든.”

위대한 리더란 누구인가. 잣나무를 심는 랍비의 비전처럼, 빛나는 먼 후대를 바라보고 정탐꾼을 살려 준 기생 라합의 믿음처럼, 자신이 죽은 후에도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 계속 일하는 사람이다. 계속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소박한 그 무엇이라도 후대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라.

보라. 예수는 그가 피 흘려 세운 교회를 통하여 지금도 일하고 있다. 아브라함, 모세, 다윗, 느헤미야, 바울은 수천 년 전 사람이지만 지금도 살아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들이 남긴 숭고한 신앙의 유산은 지금도 우리의 삶의 좌표가 되어있고, 그들이 기록한 성경 말씀과 고귀한 사상은 인생의 등불이 되어 지금도 우리 앞을 비취고 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게 임한 하나님의 복은 사해처럼 그 자리에 멈추는 복은 아니다. 갈릴리 호수처럼 그의 후대는 물론 모든 열방에게 흘러들어감으로 완성되는 역동적인 복이다. 죽은 후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리더, 이웃을 향해 마음이 따뜻한 박애(博愛)의 정신을 가진 리더의 출현을 세상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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