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불어 잘 사는 연기(緣起)의 깨침과 정업(正業)의 실현

2026-01-20 (화) 07:49:28 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워싱턴문인회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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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량일념(無量一念)

서울에서 만들어진 한국식 달력을 보면, 올해는 병오년(丙午年), 단기 4359년, 불기 2570년, 서기 2026년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병오년은 ‘붉은 말’의 해라고 알려지는데, 이는 전통문화적 하늘과 땅의 특성을 관련 역법(曆法)상 조합한 표현이다. 단기(檀紀)는 배달겨레의 시조(始祖) 단군(檀君)에서부터 따져온 것이고, 불기(佛紀)는 석가불(釋迦牟尼佛 Sakyamuni Buddha)의 대열반(Pari-nirvana)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서기(西紀)는 서양에서 써온 것으로서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Common Era)되고 있는데, 이들은 각각의 역사 문화적 특징을 보여준다.

아무튼, 새해를 맞은 뒤로 벌써 보름이 지났는데, 이제는 새해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시작하는 때다. 지구 행성 북반구는 아직 겨울의 뒷자락에 머물지만, 남반구는 반대로 여름 끝에 접어드는 시절인 줄 안다. 이곳 워싱턴지역은 끝 추위로 여겨지는 대한절(大寒節)이 오늘이고, 그 보름 뒤에는 봄소식이 전해진다는 입춘절(立春節)을 맞게 된다.
한 열흘 뒤면 한국을 포함한 북방 불교도들에게 가장 소중한 성도절(成道節)이다. 음력으로 납월파일(섣달초여드레)로서, 인도 카필라국 정반왕의 태자 싯다르타가 스물아홉살에 출가하여 수도한 지 여섯 해만에 인생과 우주에 대한 근본진리를 깨치고, 붓다(깨친 분)가 된 날로 기려져 온다. 이는 곧 불교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바, 2615년 전이다. 인도의 보드가야 필발라수(보리수로 개칭됨) 아래에서 이날 새벽에 대각을 이루었고, 그 뒤로 사람들을 일깨우며 붓다의 길로 인도함으로서 따르는 이들에 의하여 종교적 교단이 형성되었다.

후대에 그분을 더욱 기리기 위해, 탄생일(사월초파일)과 출가일(이월초파일)을 열반일(이월보름)과 아울러 모두 기억하고 따로 현창하게 되었지만, 그 근본은 성도에서 비롯되었음은 물론이다. 남방 불교국가에서는 음력 사월보름(베삭절)에 탄생과 성도와 열반 모두 다 이루어졌다고 믿고, 그 날을 기린다.


성도의 근본 교리는 중도(中道)와 연기설(緣起說)의 법문이며, 뭇 생명들이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 또한 그를 벗어나 대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을 가르침이 사성제(四聖諦)이다. 싯다르타는 당시 기존의 모든 수행법을 철저하게 실행하여 체험하고는 거기에 한계를 느끼고 만족할 수 없어서, 독자적으로 시도하여, 편향된 극단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올바른 중도를 실천하였으며, 모든 것이 인연에 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짐을 깨닫고, 무지와 탐욕의 업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연기설과 사성제는 모든 존재 현상의 괴로움을 성찰하고 그 원인을 살펴서 올바르게 대처함으로써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 안락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싯다르타 한 사람의 성불이 모든 이들의 성불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구도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가면 그분과 같은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 정도(正道) 방법은 실존적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 나아가 자연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안목과 대책을 알려준다. 우리의 병을 바르게 진단하고 처방하여 약을 복용함으로서 치료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뭇 생명들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 여생을 바친 붓다의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면 모두 성불하고 해탈 열반을 누릴 수 있다. 우선 바른 견해와 행동이 필요하다.

요즈음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패권경쟁과 자기중심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본다.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여러 측면에서 여러 가지 갈등과 불안이 생기고, 어수선하다. 특히 국가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책임 큰 공직자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들이 언론에 보도되며,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모든 문제를 깊이 살펴보면, 당사자들의 무지와 탐욕 및 집착에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과 집단 공동체 모두 중도와 연기의 원리를 깨닫고 남을 자기처럼 배려하며,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대의명분을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하면, 모두에게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되리라. 독자분들도 나름 마음을 내어 주체적으로 성도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그 진리의 길로 나아가 안락과 대자유를 누리실 수 있기를 바라며, 대길(大吉)의 입춘절을 맞아 품은 뜻 이루는데 만사형통하시길 축원 드린다. 나무석가모니불! 마하반야바라밀!

<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워싱턴문인회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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