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고립된 차에서 구원 요청하는 5세 소녀와 구조요원들의 다큐 드라마
2025-12-05 (금) 12:00:00
박흥진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힌드 라잡의 목소리’(The Voice of Hind Rajab) ★★★★½ (5개 만점)
▶ 이스라엘군의 차량에 무차별적 사격
▶ 가슴을 찌르며 들려오는 애통한 마음
▶ 무참히 당하는 기운에 잔혹성에 분노
▶ 실제 통화 녹음과 증언·기록으로 제작
강렬하고 충격적이다. 분노하고 가슴을 찌르며 들어오는 애통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통제구역으로 지명된 가자 북부에 고립된 차 안에서 팔레스타인 구급센터에 구원을 요청하는 5세난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의 목소리와 이 소녀와 통화하는 구급센터 요원들의 실화를 그린 다큐드라마로 감정적으로 무참하게 구타당하는 기운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힌드가 탄 차에 대한 무차별 사격과 “살려 달라”고 부르짖는 힌드의 비명을 들으면서 이스라엘군의 잔혹성에 다시 한 번 치를 떨게 된다. 영화는 힌드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을 그대로 사용해 절박한 사실감에 소녀에 대한 연민의 감정과 함께 공포에 떨게 되는데 영화 전체가 구급센터 내부라는 협소한 장소에서 진행돼 강한 압박감을 느끼게 만든다.
2024년 1월 29일. 웨스트뱅크의 팔레스타인 구급센터 ‘붉은 초생달’에 15세난 라이안 함데로 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은 센터 직원 오마르(모타즈 말헤스)에게 라이안은 가자북부에 고립된 차 안에 있는데 이스라엘군 탱크가 차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전화가 끊긴다. 전화가 끊기기 전에 총격소리가 들린다. 라이안의 목소리도 실제목소리다.
이어 힌드의 가족으로부터 센터로 힌드가 아직 살아있으니 구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차 안에는 힌드와 소녀의 친척 5명이 타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죽었다. 오마르가 힌드에게 전화를 걸면서 영화는 이 뒤로 몇 시간 동안의 힌드의 마지막 삶을 목소리로 듣는 것으로 진행된다.
“무서워요” “살려 주세요” “총을 쏴요” “어두워져요”라며 구원해 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에 격한 오마르는 자기 상관 마디(아메르 흐레헬)에게 8분이면 구급차가 힌드가 있는 곳에 갈수 있는데 왜 차를 빨리 보내지 않느냐고 다그친다. 그러나 힌드가 있는 차가 통제구역에 있어 구급차를 보내려면 먼저 팔레스타인 보건성에 전화하면 보건성이 이스라엘군에 전화해 통제구역 통행허락을 받은 뒤 다시 역순으로 허락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구급차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에 분노와 힌드에 대한 동정심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오마르가 마디에게 “허락은 무슨 허락이냐”며 “구급차를 빨리 보내라”고 소리 지르며 대들자 마디는 센터 게시판에 적힌 사망한 구급차요원들의 이름을 지적하면서 “이들이 다 이스라엘군의 허락 없이 통제구역에 들어갔다가 사망했다”고 말한다.
이러는 사이 힌드의 전화를 받는 여자 직원 라나(사자 킬라니)는 “두려워하지 마. 곧 구원하러 갈 테니”라고 달래면서 힌드가 탄 차 안과 밖의 상황을 묻는다. 힌드는 차에 같이 탄 친척 5명이 자고 있다고 알려주지만 이들은 모두 사망한 것이다. 그리고 힌드는 끝내 구원 받지 못하고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이 힌드의 차에 쏜 총알은 모두 335발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 끝에 힌드의 구원요청 전화가 있은 지 12일 만에 힌드의 사체를 회수하는 힌드 어머니의 실제 모습이 투영된다. 힌드의 살려 달라는 절박한 목소리는 구급센터에 걸려왔지만 그 것은 구급센터에 한정됐다기보다 인류전체를 향해 부르짖는 목소리라고 해야 옳겠다. 튜니지아 감독 카우데르 벤 하니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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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