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우리 아이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대입을 앞둔 시기, 이 질문은 부모라면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말이다. 성적은 괜찮은데, 뭔가 늘 불안하다. 활동은 많지만, 정작 우리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입시라는 긴 터널 속에서 방향을 잃을 때, 우리는 종종 “다들 그렇게 하니까”라는 말을 따라가며 마음을 달랜다. 그러나 그 ‘다들’의 기준이 정말 우리 아이에게 맞는 걸까?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지에 실린 한 여고생의 이야기는 이런 부모의 고민에 한 줄기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나눠 본다. “스무 개 대학에 지원하면서 나는 흔한 조언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는 제목의 글에서, 고등학교 12학년인 아바는 “무엇이 나에게 진짜 의미 있는가”를 찾아가는 여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 학생의 이야기는 입시의 현실을 넘어, 아이의 정체성과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잔잔한 질문을 던진다.
■ 완벽한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에바는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모든 걸 다 잘하는 학생이 되고 싶었다. 학교 신문, 봉사활동, 과학 동아리, 리더십 캠프까지 이름이 빼곡히 들어간 일정표를 보며 ‘이 정도면 나도 괜찮은 학생이겠지’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안도감은 사라지고, “나는 대체 누구를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걸까”라는 공허함이 찾아왔다. 즐겁지 않은 활동이 늘어나면서 마음은 지치고, 리스트는 길어졌지만 어느 하나도 ‘내가 했다’는 자부심이 남지 않았다.
그녀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활동이 나를 점점 비워갔다”고 고백했다. 이 이야기는 어느 한 미국 학생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한인 아이들도, 그리고 우리 부모들도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며 조급해하고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그 불안의 끝에는 아이의 행복보다는 ‘안정적인 합격’이라는 단어만이 남아 있곤 한다.
■ 덜 하지만 더 깊게, 진짜 나로 돌아가는 길에바는 고민 끝에 결국 결심했다. ‘나를 진짜로 움직이게 하는 게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모든 활동을 다시 정리했다. 관심 없는 동아리를 그만두고, 대신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퍼블릭스피치와 정치학에 집중했으며, 스스로 온라인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회 문제에 대해 직접 발언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렇게 활동의 양이 줄어든 순간부터 오히려 성취가 커졌다. 자신의 진정성이 또래들에게 번져 SNS 팔로워가 늘고, 학교 안팎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생각했다. 좋아하는 걸 찾는것이 아니라 ‘대입에 도움이 될까?’를 먼저 계산하는 현실 속에서, 아이의 열정은 잊혀지기 쉽다. 그러나 에바 학생의 여정은 분명하게 입시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진정성이라는 것과 진정성은 꾸며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마음을 들여 깊이 파고들 때 비로소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 왜 이런 전략이 더 성공적인가에바 학생의 선택은 단순히 일을 ‘덜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왜 이걸 하는가’라는 내적 이유를 분명히 한 것이다. 내적 동기가 있을 때에 활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대학 입시 에세이에서도 그 열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입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대학은 완벽한 학생이 아니라, 방향을 가진 학생을 원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아이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삶의 작은 경험 속에서 피어난 깨달음과, 그것을 이어가려는 꾸준함이 이야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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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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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