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브랜드보다 ‘실용성’- 대학 선택 기준이 바뀐다

2025-11-17 (월) 12:00:00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크게 작게
브랜드보다 ‘실용성’- 대학 선택 기준이 바뀐다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미국 고등교육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 대학 학위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조지타운대 교육·노동센터는 2031년까지 미국 일자리의 72%가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이나 전문 훈련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대학 등록률도 전년 대비 3.2% 증가하며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고함을 입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학생들의 대학 선택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65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는 Z세대가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학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미국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지원 대학 수의 급증이다. 2024년 대비 2025년 가을학기 대학지원 건수가 무려 17% 증가했으며, 학생 한 명당 평균 20개 대학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쟁력 있는 학생들은 이보다 더 많은 대학에 원서를 제출했다.


이는 커먼앱(Common App)의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대학에 동시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학생들은 물리적·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선택의 폭을 대폭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Z세대의 위험 관리 전략”으로 해석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치열한 입학 경쟁 속에서 학생들은 더 많은 백업 플랜을 마련함으로써 자신의 미래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대학 측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지원자 수는 늘어나지만 실제 등록률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더욱 흥미로운 발견은 학생들의 시선이 전통적 명문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지원의 67%가 아이비리그가 아닌 대학으로 향했다. USC, 노스이스턴대, NYU, 보스턴 유니버시티 등 이른바 ‘뉴 아이비’로 불리는 대학들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들 대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통 아이비리그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입학 경쟁률을 유지하면서도 공학·경영·의학 등 특정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다양한 지역에 위치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준다.

이런 현상은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과거에는 대학의 ‘브랜드’가 절대적 가치를 지녔다면 이제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진로 목표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명성보다는 실질적 교육 가치와 취업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특정 분야에 자원과 전문성을 집중할수록 학생들의 관심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 하기보다 차별화된 강점을 구축하는 것이 ‘뉴 아이비’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학생들의 대학 선택에서 또 다른 중요한 트렌드는 공립대에 대한 관심 증가다. 전체 지원의 59%가 공립대로 향했으며, 그중 26%는 인스테이트 대학, 34%는 타주 대학이었다. UC시스템이 여전히 인기 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시간대, 퍼듀대, 워싱턴대,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등도 주목받고 있다.

공립대 선호 현상의 배경에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대학 등록금 부담은 미국 가정의 최대 재정적 고민 중 하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제 대학 교육을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며, 투자대비 수익(ROI)을 면밀히 계산한다. 공립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학비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이런 실용적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