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 12. 31일 개통되었다는 American Legion Memorial Bridge는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한 순환도로 중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 경계인 포토맥 강을 연결하는 편도 4차선 교량으로, 흔히 Cabin John Bridge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루통행량이 2010년에 232,000대였는데 15년지난 현재는 350,000대로 추정된다고 한다. 시간당 1만5천대, 분당 250대가 통과 한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분당 500대가 다리위를 지나가는 셈이다. 전 미국에서도 가장 극심한 교통체증 1위의 불명예 도로다.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 뻔히 보이고, 교통량 분산등 해결책도 보이지만 전혀 진척의 기미가 없다. 바로 주변의 주민 및 관계기관들간의 불통 때문으로 보인다.
그것은 포토맥강 양쪽에 거주하는 귀족(?)동네간의 협조와 양보의 실종으로 소위 ‘제2순환도로’의 연결이 답보상태다. 지도를 좀더 넓게 보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매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의 노스포토맥 구간(200번 도로)과 버지니아쪽은 페어팩스 카운티의 북단(28번도로)의 연방정부 관할 공원구역에서 두 도로가 멈춰버려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바라보고만 있다. 그러니까 이미 계획은 되어있는듯 한데도 그 구간(10마일)이 막혀있는 지 10년이 지났지만 백년하청이다.
그런 소통의 차원에서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와 이민정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자 정책의 기획배경과 세부 시행내역, 그리고 결과와 영향까지를 트럼프의 입장에서 재조명을 해보니,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를 당장 해결해야 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우선 가장 희망적인 결과(MAGA)를 정해 놓은 다음에 Top-Down방식으로 관세와 이민정책을 맞추다 보니 전혀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으로도 서로 맞지 않아서 자기 정책 끼리도 껀껀이 충돌을 일으켜 ‘마치 AI가 만들어 놓은 것 같다’(폴 그루그만 2008 노벨경제학상) 고 혹평한다. 또 실제 진행 상황이 그렇다. ‘소통 부재’의 심각한 상황을 전세계가 매일 매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사법부개혁은 시대적 당위다. 사소한 것은 접어두고, 최근에 일어난 기이하고도 희한(稀罕)한 그래서 너무나 유명해진 두 사례를 정리차원에서 다시 한번 살펴보자.
12.3 내란재판 재판부(지귀연판사)는 3월7일의 구속적부심에서 구속기간을 날(日)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여 내란수괴혐의의 윤석열을 이튿날 석방해 버린다. 이는 사건 전후는 물론 헌정 77년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확률상 ‘0’에 가깝다. 그런 그가 그 재판을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탄핵으로 공석이 되어 하루하루 리더가 없는 국가의 비상사태하에서 대선이 진행되는 마당에 대법원 상고심으로 올라온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재판을 2심 무죄판결 후 35일만에 파기환송을 해버린다.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 할 것 같아서 조희대 대법원이 접수하여 판결을 내리는 데 35일 미만이 소요된 형사 사건을 파악해 보니, 지난 5년간 총 1,822건이 있었다. 이 중 파기환송된 사건은 단 한 건, 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밝혀졌다. 이것이 소위 ‘사법쿠데타’이다.
수많은 법조인을 가르쳤고, 지금도 사회정의를 실현할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 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가 대법원 국감장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법원관계자들을 앞에 놓고 증언대에 서서 통탄을 쏟아냈다. (2025.10.14)
‘사법권의 주권은 국민이다. 마치 판사가 갖고 있는 걸로 착각하지 말라. 국민들도 그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 개혁하라고했더니 AI시대 책장도 필요없는데 대법관마다 75평 사무실이 필요하니 대법관 증원이 어렵다고 한다. 주권자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겠는가,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개혁은 소통의 다른말이다. 일방통행이 아닌 원활한 양방통행이라야 한다. 불통의 누적은 필연적으로 부패와 관료제의 폐해를 불러들인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서 서로 통(通)하지 않아 백성들이 제뜻을 펼치기 어려워 일상에 사용하기 편리하게 할 뿐이다.’ 유명한 훈민정음 서문이다. 소통과 국민주권의 핵심을 600년전에 이미 설파했다.
수많은 세계언어들중에서 만들어진 날짜가 유일한 언어가 바로 한글이다. 특히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창제배경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같은 또래의 한미 청소년들에게 같은 조건에서 단어(word)를 제시했는데 놀랍게도 미국의 청소년들은 명사(noun)를, 한국의 청소년들은 동사(verb)를 더많이 기억하더라는 연구가 있다. 그것은 따로따로의 독립된 존재로서의 역할을 하는 명사와는 달리 동사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연결관계(關係)를 중시하는 기능이어서 협조와 소통의 문화가 언어에도 스며있다는 것이다 . 진화적이고 효율적인 ‘미래언어’인 셈이다.
오늘도 하는 수 없이 그 다리를 지나가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트럼프의 관세 이민정책과 한국의 대법관들을 떠올리지 않을까 한다. 만약 Cabin John Bridge같은 상황이 서울에 있다면 적어도 이럴것 같지는 않다. 다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내 극히 이례적인 반개혁적인 일부분을 보면 충분히 ‘그렇다!’
<
강창구 김대중재단 워싱턴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