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로 인생 꼬였다?… 그녀의 뒤늦은 복수극은 성공할까
2025-09-19 (금) 12:00:00
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방영 드라마 ‘스위트피’
▶ 영국 작가 클레어 조애나 스쿠스 소설 원작

리애넌은 친언니가 있으나 함께 살지 않는다. 친언니는 리애넌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집안의 주요 결정을 홀로 내린다. [스타즈 제공]
20대 여성 리애넌(엘라 퍼넬)은 존재감이 0에 가깝다. 안내직원으로 일하는 지역 신문사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리애넌은 뭐든 자신이 없고 어디를 가든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학창시절 왕따의 악몽이 만들어낸 현실이라고 믿는다.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던 아버지가 숨지고 반려견이 죽으면서 리애넌의 과거 탓은 극에 달한다. 리애넌은 자신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옛 동급생들에게 복수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리애넌은 칼을 가지고 다니며 복수를 꿈꾼다. 회사에서 불만 한번 제대로 꺼내 놓지 않는 이에게 범죄가 쉬울 리 없다. 주점에서 따돌림 주도자들과 우연히 마주치나 어찌하지 못한다. 하지만 술이 가능성을 열어준다. 리애넌은 으슥한 곳에서 취객과 시비가 붙어 다투다 우발적으로 칼을 휘두른다. 첫 살인에 성공한 후 리애넌은 매사 자신감을 얻는다. 기자 직종에 도전해 자리를 얻어내고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 취재에 나서게 된다.
리애넌의 ’목표물‘은 줄리아(니콜 레키)다. 줄리아는 동급생을 불행하게 만들고도 자신은 행복하고도 화려한 삶을 누리고 있으니까. 게다가 부동산업자인 줄리아 때문에 리애넌은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과연 리애넌은 뒤늦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우연히도 리애넌이 죽인 남자는 나쁜 짓을 많이 한 인물이다. 리애넌은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한다. 나쁜 사람이라면 죽여도 된다고. 줄리아는 자신에게 나쁜 짓을 했으니 살인의 대상이 되어도 문제없다고.
리애넌은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 고통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으니 줄리아가 미울 만도 하다. 리애넌이 정말 줄리아 때문에 불행한 처지에 놓인 걸까. 매사 소극적인 리애넌의 태도에 문제는 없는 걸까. 이유야 어쨌든 리애넌은 살인에 빠져든다. 살인을 저지를수록 이전과 다른 세상을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어서다.
리애넌은 범죄자다. 그가 살인하거나 살인 대상으로 점찍은 인물들이 악인이라 해도 그의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리애넌의 범죄행각에 흔쾌히 동의할 수 없으나 그가 경찰에 쉽사리 잡히기를 바라지 않게 된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리애넌의 불우한 처지에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스위트피’(Sweetpea)는 복수와 연쇄살인을 소재로 했다고 하나 화면에 살기만 꽉 차 있는 건 아니다. 차가운 유머와 사회 풍자가 함께하고 있다. 능력보다 연줄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 여자와 약자를 무시하는 남성우월주의와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이 화면에 스며있다. 예상치 못했던 느슨한 여성연대까지 담고 있기도 하다. 서늘하면서도 살짝 웃기면서 적절한 스릴이 갖춰진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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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