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55’ ★★★★½ (5개 만점)
▶ 주인공의 성격을 깊숙이 탐구
▶ 따스한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감정 충만한 재미 만점 영화
찰스 딕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현재의 뭄바이를 무대로 옮긴 16세난 고아 소매치기 소년의 범죄와 벌과 속죄와 구제와 사랑과 재생 그리고 우정에 관한 스릴러 분위기를 갖춘 재미 만점의 인도 영화다. 이와 함께 주인공 소년의 인물과 성격을 깊숙이 탐구한 작품으로 따스한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감정 충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를 감독하고 공동으로 각본을 쓴 샤이암 P. 마디라주는 “이 영화는 내 창작자로서의 삶을 형성해준 뭄바이에 바치는 연서”라면서 “뭄바이는 수십억 대의 거부들과 빈민가의 가난한 자들이 가까이 마주선 곳이자 수백만 명이 그들의 꿈을 추구하기 위해 아침에 깨어나는 희망의 연료로 움직이는 곳으로 이 영화는 그런 꿈들 중 하나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태초의 혼란을 연상시키는 뭄바이는 단순한 배경의 구실을 한 다기 보다 하나의 숨 쉬는 생명체로서 작용하고 있다.
감독은 또 자신의 영화를 프랑솨 트뤼포의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400 블로우즈’(400 Blows)와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Pickpocket)에 바치는 헌사라고 덧 붙였다.
파차판(힌두어로 55를 뜻한다)은 잔혹한 두목 사가르 바이(엠란 하쉬미) 밑에서 일하는 고아소년들 중의 하나로 활동 무대는 인파로 붐비는 뭄바이 기차역. 이름보다 숫자로 불리는 55(리츠완 샤이키)의 단짝은 치야시(하쉬 라네). 소년 소매치기들이 팀을 이뤄 혼잡한 인파를 헤집고 다니면서 잽싸게 소매치기 하는 장면이 카메라의 빠른 동작으로 포착된다.
어느 날 55는 한 남자로부터 뜻밖의 거액의 현찰을 소매치기 하면서 호기심이 나 돈과 함께 소매치기한 남자의 신분증에 적힌 주소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돈이 남자의 장녀 우마(단쉬리 파틸)의 결혼 지참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딸이 결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이 남자는 뭄바이 기차역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이에 죄의식을 느낀 55는 사가르 바이 모르게 거처를 우마가 사는 아파트 단지로 옮긴 뒤 여동생을 혼자 키우는 우마의 삶에 서서히 개입을 시작한다. 하루에 밥 두끼를 해주면 대가로 돈을 지불하겠다며 우마의 삶에 접근을 시작한 55를 처음에는 못마땅하게 여기던 우마는 55의 자신과 여동생에 대한 온정에 마음이 움직여 서서히 55를 자기 삶 안으로 받아들인다. 이어 둘이 함께 영화도 구경하면서 둘 사이에 애틋한 사랑의 고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사가르 바이의 특별한 사랑을 받던 55의 소매치기 집단의 규칙위반이 들통이 나고 달리는 기차 안에서 소매치기를 하다가 들켜 승객들에 의해 기차 밖으로 내던져진 55는 경찰의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55에게 변호사가 찾아와 그를 석방시키고 새 신분증 마련을 위한 서류까지 준다. 누구 도움으로 55는 풀려났을까.
55와 영화의 주제는 단순히 뭄바이에 속한 것이라기보다 범세계적이라고 하겠는데 끊임없이 움직이는 혼잡한 뭄바이를 찍은 카메라의 에너지가 화끈하고 생동감 넘치는 음악도 좋다. 볼만한 것은 55역을 맡은 리츠완 샤이키의 출중한 연기. 이 영화로 데뷔했는데 단호하면서도 순진하고 애잔한 감정이 풍부한 연기를 뛰어나게 한다. 그는 영화를 위해 전문 소매치기로부터 소매치기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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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