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리로 세상을 쥐락펴락… 나폴레옹 시대 천재 요리사의 삶

2025-08-22 (금) 12:00:00 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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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로 세상을 쥐락펴락… 나폴레옹 시대 천재 요리사의 삶

마리 앙투안 카렘은 요리와 사랑과 배짱을 무기 삼아 격동의 시기를 헤쳐 나가려 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타고난 요리사다. 천재라는 수식이 부족해 보일 정도로 창의적이다. 성격까지 대범하다. 갑자기 식재료가 떨어지는 상황 같은 위기를 맞아도 차분히 대처한다. 그는 프랑스 혁명이 유럽을 뒤흔들 때 나고 자랐다. 신이 준 재능에다 두려움 없는 성품까지 지녔으니 격동의 시대가 그를 내버려둘리 없다.

마리 앙투안 카렘(1784~1833·벤자민 부아쟁)은 양아버지와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다. 카렘은 제과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에 탁월하다. 요리된 고기를 눈으로 보고 굽기 정도를 바로 알아낼 정도로 식재료와 요리에 민감하다. 그는 우연한 일로 최고 권력자 제1통령 나폴레옹(1769~1821·프랑크 몰리나로)의 목숨을 구한다. 나폴레옹은 카렘이 자신을 위해 일하기를 원하나 카렘은 나폴레옹을 싫어해 이를 거절한다.

우연의 일치일까. 양아버지가 알 수 없는 죄로 체포된다. 카렘은 양아버지의 평소 당부에 따라 정계 실력자 탈레랑(1754~1838·제레미 르니에르)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건축과 요리에만 관심을 쏟던 카렘은 원치 않게 프랑스 정치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는 혁명의 여진이 여전하다.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았다고 하나 왕당파 등 반대 세력이 준동한다. 탈레랑은 혼란의 시기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나폴레옹에 위해를 가하려 하는 듯하면서도 나폴레옹을 위해 일한다. 프랑스의 평화를 위한다는 말은 그럴 듯한 명분에 불과해 보인다. 권력을 유지하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기회주의자일지 모른다.

탈레랑에게 카렘은 요긴한 비밀무기다. 탁월한 요리 솜씨를 앞세워 여러 일들을 몰래 처리할 수 있어서다. 카렘은 권모술수에 능한 탈레랑의 도구로 남길 원치 않는다. 여러 정치적 음모가 겹치고 천재 요리사의 야망이 끼어들면서 19세기 프랑스 역사가 화면에 복원된다.

카렘의 요리는 여러 권력자들의 혀를 녹일 뿐 아니라 마음까지 움직인다. 카렘은 속내를 알 수 없는 탈레랑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한다. 탈레랑은 카렘을 자기 손 안에 두고 싶어 한다.

카렘은 자신의 재능을 권력이나 부를 얻기 위해 악용하지 않는다. 그는 양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헌신하거나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혼돈의 시대, 카렘은 공포와 쾌락이 아닌, 사랑을 믿으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그의 무기는 요리와 담대함이다. 카렘의 모험은 늘 아찔하면서도 가끔 씁쓸하고 간혹 통쾌하며 종종 서글프다. 폭력의 시대, 왕족이나 귀족 또는 잔혹한 성격을 타고나지 않은 이가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쟁취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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