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영화] 불체자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그린 프랑스 영화

2025-08-01 (금) 12:00:00 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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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술레이만의 이야기’(Souleymane’s Srory) ★★★★½ (5개 만점)

▶ 틀에 박힌 삶에 사회 비평 적이고 사회 변두리에 속한 고독한 남자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생존 투쟁기

자전거를 타고 음식 배달을 하는 아프리카에서 온 파리의 불체자 술레이만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이요 역동적으로 그린 프랑스 영화로 전후 이탈리아의 영화 흐름인 네오-리얼리즘 작품을 생각나게 한다.

이민국 방문을 이틀 앞두고 가짜인 망명자의 신분으로 면접 사전 준비를 하느라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가면서도 자신의 허위 과거 경력을 외우느라 술레이만은 정신 못 차리게끔 바쁘고 바쁘다. 술레이만의 삶을 보면서 요즘 트럼프가 막무가내 식으로 라티노 불체자들을 체포하는 상황이 떠오르면서 시의에도 잘 맞는 영화라고 생각하게 된다.

꽉 조여진 틀을 지닌 사회 비평 영화요 사회 변두리에 속한 한 고독한 남자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끈질긴 생존투쟁기이자 긴장감 가득한 스릴러라고 하겠는데 보이스 로이킨 감독(공동 극본)은 술레이만을 연민 가득한 마음으로 다루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온 동료 음식 배달부들로부터 ‘파리의 술레이’라 불리는 술레이만(아부 상가레)은 불체자여서 1주에 120유로를 주고 남의 앱을 빌려 배달을 하는데 그가 복잡한 파리의 차와 사람들을 피해 곡예 하듯이 자전거를 모는 과정을 손에 든 카메라로 찍어 역동적이요 율동적인 기록영화를 보는 것 같다.

술레이만은 저녁 배달이 끝나면 파리 교외에 있는 노숙자 수용소에서 자야하는데 하루는 수용소행 버스를 놓쳐 파리의 빈 건물에서 밤을 보낸다. 그리고 셀폰으로 모국에 있는 병약한 모친의 안부를 묻고 두고 온 애인으로부터 다른 남자의 구혼을 받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배달하다가 자동차와 충돌사고를 일으켜 음식을 주문한 사람으로부터 음식을 담은 백이 더럽다고 퇴짜를 당하는 불상사도 있고 음식을 빨리 달라고 식당 주인에게 독촉하다가 식당에서 쫓겨나기도 하면서 술레이만은 “내가 왜 프랑스에 왔지”라고 자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모든 불상사들을 견디고 돈 받고 자신의 가짜 과거를 만들어준 사람 앞에서 그 가짜 과거를 열심히 외운다. 마침내 이민국 직원과의 면접날이 왔다. 그리고 술레이만은 이민국 여직원 앞에서 자신이 왜 망명 신청을 하게 됐는지를 외운다. 그런 술레이만을 보면서 그가 프랑스 거주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게 되도록 빌게 된다.

뛰어난 것은 연기 경력이 전연 없는 아부 상가레의 연기다. 큰 좌절과 작은 희망이 교차하는 그의 눈동자를 보면서 술레이만을 동정하게 되는데 그가 안간힘을 쓰면서 생존투쟁을 하는 모습에서 긴장감이 가득하게 감돈다. 인간미가 흐르는 좋은 영화다.

<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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