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시골 노인 지갑 터는 가상화폐
2025-07-17 (목) 12:00:00
이동현 / 한국일보 논설위원
종합주가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하고,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포모(FOMO)’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남들은 돈을 버는데 나만 뒤처진다는 생각, 무언가를 놓치거나 소외될까 봐 느끼는 불안감을 뜻하는 포모는 마케팅 전략가이자 투자자 패트릭 맥기니스가 2004년 제안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장에 따른 변화를 설명한 개념으로 2013년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면서 대중화됐다. 이후 금융투자 심리 분석 등으로 확장됐다.
■포모의 일상적 사례는 다양하다. SNS를 통해 친구들이 여행을 가거나 맛집을 찾아 올리는 인증샷을 보며 자신은 일상에 갇혔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등이다. 포모 활용 공포 마케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간접 광고로 ‘나만 안 쓰는 것 같다’는 심리를 자극해 구매 욕구를 높이거나, 한정판 굿즈 등 수량 제한 전략으로 즉시 구매를 유도한다.
■‘부동산 영끌 투자’는 포모가 극대화한 경우다.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뉴스나 SNS로 ‘영끌 성공 사례’를 접하며 증폭되고, 정부 정책이 변하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한다는 심리를 강화한다. ‘서학개미’ 현상, 전통적 투자 분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밈 주식’ ‘밈 코인’ 현상 등은 포모 심리가 집단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남쪽의 시골 고향도 최근 포모가 덮쳤다. 평생 농사만 짓던 어르신들이 아랫목에 묻어뒀던 목돈까지 꺼내 ‘코인’을 사고 있다. 어르신들은 비현실적 수익률을 내세우면서 이재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공약했고 코인 관련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걸 근거로 댄다. 투자사에서 정기적으로 투자자들을 리조트로 초대해 코인 관련 기술 강의도 하고, 식사도 대접한단다. 단, 투자금과 수익금을 현금화하면 다시는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수익실현을 했다는 사람은 못봤다고 한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해 암호화폐 관련 사기로 60대 이상 미국인이 가장 큰 피해(약 4조 원)를 입었다. 남의 일이 아니지 싶다.
<이동현 / 한국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