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스릴과 재미 더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액션 팬들을 위한 영화’
2025-05-09 (금) 12:00:00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파잇 오어 플라잇’ (Fight or Flight) ★★★ ½ (5개 만점)
▶ 미국 첩보기관서 밀려 홈리스처럼 살다
▶ 비행기서 ‘고스트’ 찾아 압송 임무 받아
▶ 전 세계에서 몰려든 킬러들과 한판승부
제목은 싸울 것이냐 아니면 비행할 것이냐 라고 묻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답은 비행하면서 싸운다. 논리와 이치와는 전연 관계가 없는 황당무계하고 터무니없는 내용의 영화이지만 시종일관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액션 때문에 논리와 이치를 따질 새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액션 팬들을 위한 영화다. 액션과 스릴에 재미를 더 해주는 것이 액션이 터무니없이 과장돼 피가 튀는데도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비행하는 여객기라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에 동원되는 무기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먹과 발을 비롯한 전신 육체는 물론이요 체인소와 깨진 유리잔과 깨진 술병 그리고 시트벨트와 컴퓨터와 총과 칼과 등산용 곡괭이와 승객에게 제공하는 음료수가 담긴 카트 등이 사용되면서 수많은 나쁜 놈들이 황천으로 간다. 체인소와 온갖 총들이 어떻게 공항의 검색대를 통과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액션의 속도가 제한속도를 지나치게 초과한 술 취해 난동을 부리는 듯한 영화다.
영화는 다짜고짜로 슈트라우스의 월츠가 흐르는 가운데 기내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루카스(조쉬 하트넷)는 수년 전에 정신파탄을 일으켜 미 첩보기관에서 밀려나 지금은 방콕에서 홈리스처럼 살고 있다. 밥 대신에 술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는 그에게 전직 상관이자 연인이었던 캐서린(케이티 색코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방콕 발 샌프란시스코 행 여객기에 흉악한 사이버 테러리스트 ‘고스트’가 타고 갈 테니 루카스가 동행해 정체불명의 ‘고스트’를 찾아내 압송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여객기 안에 역시 ‘고스트’를 노리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킬러들이 동승해 루카스는 고스트를 찾아내기 전에 먼저 이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루카스는 수많은 킬러들과 난투극을 벌이는데 킬러들의 숫자가 어찌나 많은지 일반 승객들의 수보다 더 많은 것 같다. 루카스는 제밀 먼저 자기 옆 좌석에 앉아 수다를 떠는 킬러와 한판 붙는데 이 액션은 1등석 화장실이라는 비좁은 공간에서 벌어진다. 마치 이소룡의 액션을 보는 것 같다.
루카스를 돕는 것이 자그마한 체구의 여승무원 이샤(차리드라 챈드란). 그런데 이샤는 맹렬한 액션을 구사할 줄 아는 여자로 과연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루카스는 이샤가 준 1등석 승객용 잠옷을 입고 1등석과 에코노미 석을 오가면서 줄을 지어 달려드는 킬러들을 상대로 액션을 벌이는데 계속해 기내용 술을 마치 에너지 드링크처럼 마시면서 싸운다. 체인소를 동원한 액션 장면에서는 피가 튀는데도 웃게 된다. 영화는 마치 속편이 나올 것처럼 끝난다.
액션과 함께 볼만한 것이 하트넷의 연기. 하트넷은 연기생활 초반에 빅 스타 유망주로 꼽혔다가 실족한 배우로 이제 재기의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이 영화가 그의 이런 재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는 루카스 역을 장난기를 섞어 신이 나서 연기하는데 으스대면서 재미있고 즐겁다는 듯이 해낸다. 그리고 그와 챈드란의 콤비도 잘 어울린다. 제임스 매디간의 감독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