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프랑스 점령 하에 만들어진 대하 로맨틱 서사극
2025-03-28 (금) 12:00:00
▶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Paradise·1945) ★★★★★(5개 만점)
프랑스의 명장 마르셀 카르네가 감독하고 작가 자크 프레베르가 각본을 쓴 기념비적 작품이다. 나치의 프랑스 점령 하에 만들어진 195분짜리 대하 로맨틱 서사극으로 연극과 그것에 관계된 사람들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흑백촬영이 아름답다.
수많은 배우들이 나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극중 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데 환상적으로 아름답고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 그리고 성격묘사가 뛰어나다. 프랑스가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파리에서 처음으로 상영된 영화로 극중 인물들은 19세기 초의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했지만 내용은 허구다.
영화는 제1부 ‘범죄의 거리’(The Boulevard of Crime)와 제2부 ‘백의의 남자’(The Man in White)로 구성됐으며 커튼이 오르면서 영화가 시작되고 커튼이 내려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신비하고 사로잡는 듯한 아름다움을 지닌 화류계의 여인 가랑스(알레티)를 둘러싼 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의 네 남자의 사랑과 함께 무언극과 연극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시하며 그 것들을 고찰했다.
아름다운 여인 가랑스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무언극을 하는 백의의 피에로로 민감한 몽상가인 밥티스트(장 루이 바로)와 야심찬 셰익스피어 연극배우 프레데릭(피에르 브라쇠르) 그리고 허무주의자로 지적이며 잔인한 지하세계 인물 라스네르(마르셀 에랑)와 위선적인 귀족 에두아르(루이 살루).
이 네 명의 남자와 가랑스를 둘러싸고 애증과 음모와 욕망의 거미줄이 엮어지는데 작품의 중심이 되는 못 이룰 사랑의 두 주인공은 가랑스와 밥티스트. 밥티스트는 가랑스를 간절히 사모하나 가랑스는 잡힐 듯 하면서도 항상 남자들의 품을 찾아 날아다닌다. 그래서 밥티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나탈리(마리아 카잘레스)와 결혼해 아들까지 두나 끝내 가랑스를 못 잊어한다. 한편 가랑스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밥티스트다.
마침내 밥티스트와 가랑스는 달빛 밝은 밤 서로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을 불사르나 이튿날 가랑스는 다시 밥티스트를 떠난다. 수천명의 군중들이 가면을 쓰고 광란하는 카니발 사이로 마차를 타고 떠나가는 가랑스를 뒤쫓아가며 님의 이름을 부르는 밥티스트의 모습이 가슴을 친다. 황홀무아지경으로 아름답고 풍성하고 또 꿈꾸는 듯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