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너무 튀는 것 아닌가

2025-03-2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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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해 이상 지난 것 같다.’ 2025년 1월 20일. 47대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취임한 날이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후 나온 반응이다.

‘미국우선주의’, ‘안보 무임승차거부’, ‘힘에 의한 평화’, ‘관세 제1주의’- 트럼프가 내건 공약들이다.

이 공약들이 취임과 함께 속속 정책으로 가시화됐다. 연방정부 개편, 불법 이민 단속, 관세 폭탄 등의 행정명령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엄청난 속도로 쏟아내고 있는 막대한 양의 각종 정책. 이에 대한 여론은 일단 호의적이다. 트럼프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47%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ok는 아니다. 반전의 기미랄까 하는 것이 벌써부터 엿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특히 관세정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그것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44%로 부정평가 54%에 비해 10% 포인트나 낮다. 그리고 응답자의 절대다수(57%)는 관세정책에 ‘너무 변덕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방안에 대한 여론도 그렇다. 너무 공을 앞세우다보니 졸속으로 치닫고 있다. 이게 대체적인 목소리다. 한 마디로 너무 튄다고 할까.

지나칠 정도로 과격한 정책 추진에 법원도 못마땅한 표정이다. ‘출생 시민권 폐지’에 법원은 곧바로 ‘노골적 위헌’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법원은 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수장인 정부효율부의 막강한 권한에도 일정부분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도 유분수지 튀어도 너무 튄다고 할까.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 중단이다.


과거 나치 독일에서, 소련, 그리고 냉전이후에도 독재 국가 국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전해왔다. 그 ‘미국의 소리’가 트럼프의 행정 명령에 따라 설립 83년 만에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북한, 중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시아 인권단체들은 한숨과 우려의 목소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반면 베이징과 평양 등지에서는 연일 축하파티가 열리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그런 조치를 내린 트럼프의 만수무강을 빈다는 농담이 유행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자유의 횃불이라고 불렸던 VOA는 정부에 의해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조롱했다.

도대체 왜 이런 조치를 내렸나. 머스크의 발언에서 그 실마리를 엿 볼 수 있다. ‘아무도 더 이상 VOA 말을 듣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이런 철 지났고 비효율적 기관에 막대한 국가예산을 계속 낭비하는 것이 최선의 국익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한 것.

비용 절감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비판 언론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VOA는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선전전에 대항해 설립된 미국의 국영방송이다. 그러나 중립적 태도에 편집권 독립을 고수해 왔다. 그리고 정부 말을 고분고분 잘 안 들어왔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VOA는 이미 ‘미국의 목소리’가 아닌, ‘좌편향’된 프로파간다 기구로 변질됐다는 비판 함께 방송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그 조치가 너무 졸속적으로 보인다.

VOA는 공산국가와 독재국가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중-러-이란-북과의 대결상황에서 스스로 미국의 주요 정보전 무기를 폐기했다는 비판이 잇달아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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