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여정, 정동영 ‘무인기 유감’에 “다행”… 남측 책임 돌리며 경고

2026-02-14 (토) 12:00:00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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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발 시 혹독한 대응, 비례성 초월

▶ ‘주권침해 도발사건’ 프레임 확정
▶ ‘적대적 두 국가’ 기정사실화 해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한 사과에 “다행”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는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통일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외견상 유화적 신호를 보낸 듯하지만, 무인기 침투에 따른 정세 불안정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12일 자 담화를 통해 “새해 벽두에 발생한 반공화국 무인기 침입사건에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이 공식적으로 유감 표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10일 명동성당 미사 축사에서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북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무인기 사건에 대한 정부 고위 당국자의 첫 유감 표명이었다.


김 부부장은 다만 “한국 당국은 자초한 위기를 유감 표명 같은 것으로 굼때고(대충 모면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의 ‘영공 침범’과 같은 엄중한 주권 침해 사건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담보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또한 “도발 사건이 재발하는 경우 반드시 혹독한 대응이 취해질 것”이라며 “여러 대응 공격 안들 중 어느 한 안이 분명히 선택될 것이며 비례성을 초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장관의 사과에 호응하는 듯한 형식이지만,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북 무인기 사건을 활용해 대남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측의 유감 표명을 즉각 ‘공식 유감’으로 간주하며 한국에 귀책사유가 있는 ‘주권 침해 도발사건’이란 프레임을 확정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는 무인기 침입 행위의 주범의 실체가 개인이든 민간이든 관심도 없다”며 “우리가 문제시하는 것은 우리 국가의 영공을 무단 침범하는 중대 주권침해 행위가 한국발로 감행되었다는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영공 침범’이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남북 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정 장관의 사과로 영공 침범의 책임이 남측에 있다는 논리를 편 셈이다.

차후 “한국의 영공 침범”에는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점에서도 우리 정부 입장에선 민간 차원의 무인기 침투는 물론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긴장 완화와 우발사태 방지를 위한 남북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의 재발 방지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간 소중한 평화를 해치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라며 “소통을 통해 긴장을 완화, 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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