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퇴조의 핑크 타이드

2025-12-15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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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는 오늘날 무슨 색깔로 상징되고 있을까. 분홍색(pink)이다. ‘핑크’는 극단적인 소련식 사회주의(빨강)가 아닌 좀 더 온건한 21세기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라틴 아메리카를 이 21세기 형 사회주의가 하나 둘 좀먹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현상과 관련해 새로 만들어진 용어가 핑크 타이드(pink tide)다.

반미주의가 휩쓴다. 동시에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을 거부하면서 좌익으로 돌아선다. 이후 나타나는 현상은 기득권 정치에 대한 강한 반발이다.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핑크 타이드는 1998년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브라질의 룰라,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아르헨티나의 네스토르 키르히너와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페루의 페드로 카스티요 등 좌파 지도자들이 연이어 집권하면서 핑크 타이드는 계속 번져갔다. .

핑크 타이드는 중국, 러시아 등 반미세력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교두보를 확보, 세를 넓히면서 계속 북상, 멕시코 정권도 좌파가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그 핑크 타이드의 세가 꺾이고 있다. 2025년을 기점으로 전례 없는 우경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할까. 이게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의 현주소다.

그 대표적 케이스의 하나가 볼리비아다. 에보 모랄레스가 이끄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좌파 정당 사회주의운동당(MAS)의 20년 집권이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MAS는 지난 8월 실시된 1차 대선에서 3% 득표율을 보이며 유권자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아 결선 투표에는 진출조차 못했다.

두 번째 케이스는 온두라스다. 지난달 30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시오마라 카스트로 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좌파 정당 후보는 20%도 못 되는 지지 율을 받음으로써 좌파시대는 종막을 고하게 됐다.


이 볼리비아와 온두라스의 좌파 정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 Crinks로 불리는 ‘독재 권력 축‘과의 강력한 연대가 그것이다.

그리고 초록은 동색(草綠同色)이라고 하던가.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 역내 사회주의 독재체제들과 하나가 되어 마약밀매 등 온갖 불법과 부패의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볼리비아와 온두라스에 앞서 좌파에서 우파로 정치지도를 바꾼 것은 아르헨티나다. 이 우경화의 바람은 북상을 계속,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다 등지에서도 20년 이상 권좌를 유지해왔던 좌파정권들이 연이어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핑크 타이드의 급작스러운 퇴조. 이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이 그 어느 때보다 라틴 아메리카지역에서의 전략적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그게 그 한 주요 원인이다.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패권 재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는 이미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온두라스의 정치지형을 바꾸었고 다가오는 콜롬비아 대선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핑크 타이드 퇴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요인은 곧 닥쳐올 우고 차베스의 나라 베네수엘라 좌익정권의 몰락이다.

마약 카르텔과 동거 체제인 마두로 정권의 붕괴는 미국의 강력한 개입과 함께 초읽기 상황으로 라틴 아메리카 형 좌익독재국가들은 ‘스스로의 실패의 열매’로 인해 체제 시효만기에 몰리고 있다고 할까, 그런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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