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이후로 이렇게 후끈했던 때가 있었을까? 2월 7일 부터 13일 까지 단국 대학교가 주최하는 미주 아카데미가 L.A.에서 열렸다. 그 열기는 대단했다. 단국대 문예창작과의 교수이며 한국 문단의 최고봉에 있는 안도현 시인과 해이수 소설가의 열강이 매일 펼쳐졌다.
참가자 40여 명은 대부분 캘리포니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인 작가들이었다. 북가주와 샌디에이고 쪽에서 작가들은 L.A.의 호텔에 일주일 간 머물며 강의를 들었다. 폭우 기간인데도 출석인원은 줄지 않았다.
안도현 시인과 해이수 소설가의 공통적 키워드는 많이 읽기, 매일 꾸준한 연습, 내용과 형태의 다양한 시도, 채찍질 같은 타인의 평가를 겸손하게 수용하며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었다. 안도현 시인은 낯선 환경을 과감히 접해보고, 자신의 우물에서 벗어나, 사고의 틀 흔들어 주면, 전혀 새로운 시어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는 특히 ‘나’를 버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를 버리면, 작가가 객관화 된 시각으로 사물을 보게 된다고 했다. 시인은 ‘나’를 버리는 글쓰기 연습을 3년 동안 하라고 주문했다. “서당개 3년 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뛰어난 글을 생산해 내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이수 소설가는 글을 쓰는 행위가 이미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읽고, 매일 쓰고, 매일 감동 받으려 노력하면, 울림이 있는 글을 쓰게 된다고 가르쳤다. 해이수 작가는 자신의 에베레스트 산 등반과 호주 사막 여행,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 가졌던 사색과 독서 등이 자신의 인생과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작가가 되겠다는 용기는 매일 쓰겠다는 결심과 훈련, 그리고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사물의 본질을 깨닫게 됨으로서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미주 작가들은 목말라 있었다. 한국의 현대 문학의 깊은 정수를 실컷 맛보고 싶었다. 그 흐름에 대해 궁금했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이 증명해 주듯이, 크게 발전하는 한국 문학의 대열에 합류하기를 갈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에 사는 교포들을 위해 더 훌륭한 글과 작품을 생산해 내고 싶었다. 6일에 걸친 아카데미 강의는 그 목마름이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마치 주륵주륵 내리는 비를 있는 힘껏 입을 벌리고 받아먹듯이.
강의는 스파르타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제자리에서 시간 안에 20편 정도의 수필 작품을 읽어내고 평가하는 훈련을 했다. 시는 왜 꼭 12행 내외여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혔냐는 질책을 받으며 30행 이상의 시를 써내라는 과제를 받기도 했다. 오후 내내 강의를 들은 후, 다들 집에 가서 수필과 시를 밤늦도록 써서 다음 날 제출했다. 그리고 도마 위의 생선처럼 혹독하게 난도질 받을 각오를 하고 합평 시간을 맞았다. 참가자들은 배움에 진지했다.
미주 작가들의 문학에 대한 갈망은 6일 간의 아카데미 캠프라는 단비를 맞았다. 시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고, 수필의 격을 높이는 싹을 틔웠다. 참가자들이 마지막 날 제출한 작품들은 시작 첫날에 제출한 작품보다 월등하게 좋아져 있었다.
우리 미주 작가들은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스스로의 성장을 목격했다. 우리는 귀한 지식과 경험뿐만 아니라 열정까지 나누어 받았다. 해마다 멀리 귀한 지원을 해주는 단국 대학교 미주 아카데미에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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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마리 시인ㆍ오렌지 글 사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