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5년 키워드‘아보하’

2025-02-26 (수) 08:00:00 김지나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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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경제는 항상 널뛰기를 한다. ‘경기가 좋다’라고 말해본 적이 있었던가 할 정도로 경기는 항상 언제, 어디에서든, 무슨 이유에서든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흉흉하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험한 코로나 시대도 보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경기가 좋지 않다고 말한다.

트럼프 시대가 도래하면서 경제가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한껏 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는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졌다. 그 이유는 고소득층을 위한 세금은 감세하면서 제일 중요한 이민 척결 정책으로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법 노동자가 숨어버림으로써 임금은 올라가고 고용주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은 고스란히 중산층의 몫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고소득, 기득권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거기에서 오는 허탈감으로 이민 사회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버릴 지경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시민들은 일생 열심히 일하며 살다 잠시의 휴식으로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일생을 바칠만한 일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시대의 흐름을 감히 따라잡지 못하면서 이제는 제발 이 사회가 그만 발전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이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글만 모르면 문맹이라 칭하고 글을 알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건만 불행히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눈을 감을 때까지 발전된 문명을 따라잡기 어렵고 하루가 달라지는 IT의 소리 없는 업그레이드가 우리 목을 죄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욱 개인적인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한자리에 둘러앉아 하나의 프로그램을 시청했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공통 화제로 나누는 대화들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핸드폰으로 각자가 원하는 이슈를 각자의 입맛대로 실시간 다른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각자의 생각이 다수보다 중요하고 개인의 성향이 맞는 사람끼리의 결속력이 더욱 단단해지면서 치명적인 그들만의 고립이 시작되고 폭력성이 가중되고 가짜뉴스를 맹신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건 누구의 계획에 의한 일들이 아니다. 그 누구도 겪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의 산물이고 앞으로의 예측 또한 무의미하다고 본다. 시대를 앞서 생각하는 시대가 아니고 흐름에 적응하며 때에 따라 어떻게 잘 순응하며 대처하느냐의 문제가 되었고 그래야 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컴퓨터 세대가 아니라며 손을 놓을 수만도 없고 IT니 AI니 하는 어려운 말을 언제까지 외면만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산업화가 발전되는 과정에서는 모두가 내 몸 하나 열심히 움직여주면 돈이 되는 세상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예측 불가능한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그렇다고 슬퍼만 하기에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2025년 키워드는 ‘아보하’ 즉 아주 보통의 하루를 살고 싶다는 일반 시민들의 열망을 모아 집약된 단어가 떠올랐다. 아파보면 몸이 아프지 않은 보통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고 사고가 나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그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아주 보통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아파봐야 건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고를 당해봐야 직장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지루할 거 같은 이 하루가 얼마나 빛나는 하루인지 신이 선물한 이 보통의 하루를 그 누군가는 미치도록 맞이하고픈 하루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아보하의 시대를 어떻게 슬기롭게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아남을 것인가? 너무 긴 계획은 이제는 소용이 없다. 오히려 단기간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내일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대응하며 빠른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긴 계획으로 살아가기에는 빠른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기다리다 망한다. 예전에는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명언이었지만 이 시대는 한 우물만 파다 모든 걸 놓쳐버릴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나가도록 고급정보의 혜안도 길러야 한다.

아보하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은 의외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루하루의 기쁨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오늘 고생하고 인내하면 밝은 날이 올 거니까 오늘의 기쁨 따위는 잊어버리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긴 호흡이 필요치 않은 시대다. 하루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내일의 기쁨 또한 기대하며 살아야 한다. 오늘의 기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아보하라는 키워드는 요즘처럼 코로나보다 어려운 경제를 잘 견디기 위한 보안책이고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한 단어라고 생각된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즐기자’

<김지나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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