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일룡 칼럼- 한국 대학 실습생이 던진 질문

2025-02-21 (금) 06: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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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VA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최근에 한국의 서울교육대학교(이하 '교대')에서 14명의 학생들이 약 열흘간 페어팩스 카운티를 방문했다. 도착 첫날 행사를 포함해 7일간 공립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참관하며 교사들을 도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실습을 했다. 교대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 배출에 있어 최고 수준의 국립대학으로, 교사의 길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유익한 경험을 쌓기 위해 겨울방학 기간 중 다녀간 것이다. 대학 측에서 절반 정도의 경비를 보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실습 방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철저히 준비했다. 작년 여름 교대 관계자들이 페어팩스 카운티를 사전 답사하며 교육감을 만나고, 이번에 실습을 진행한 학교 두 곳을 방문해 교장들과 인사를 나눴다. 당시 학교들은 방학 중이라 학생들의 수업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학교 시설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리고 카운티의 분위기와 워싱턴 D.C. 근교라는 지역적 특성도 파악할 기회가 됐다. 주말에 실습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경험도 함께 했다. 나 또한 직접 안내를 도우며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했다.

한 달 뒤 나에게 한국 방문 기회가 있었을 때 교대를 찾아가 준비 상황을 논의했다. 그 후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은 실습 학교를 선정하고 멘토 교사를 지정했으며, 교대는 실습 학생 모집과 선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영어 능력을 갖춰야함의 중요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막판에 어려움도 있었다. 한국의 정치 상황 악화로 환율이 급등하며 프로그램 비용이 커졌다. 또한 미국 대통령 취임식과 실습 기간이 겹치면서 숙박비가 예상보다 크게 올랐다. 하지만 16명 중 2명만 포기해 계획은 그대로 진행됐다.


학생들의 실습이 유익하고 보람되며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인상을 실습생에게 심어주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수고했다. 교육감의 협조도 있었다. 교육감과 각 학교 교장들은 실습학생들과 인솔자들 모두에게 선물도 전달했다. 교육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진행되도록 세심하게 챙겨 주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 준비, 신분증 발급, 다과 준비도 교육장이 다 알아서 했다.

네 개의 비엔나 지역 초등학교에서 14명의 멘토교사들과 한국어 심화수업 프로그램이 있는 콜린파웰 초등학교의 13명의 교사들이 먼 나라에서 찾아 온 장래의 초등학교 교사들을 따듯하고 성심있게 대했다. 실습학교에서는 교대학생들의 점심식사도 매일 챙겨주었고, 콜린파웰 초등학교 교사들은 실습생들과 저녁 식사도 같이하며 선배교사로서 후배들을 격려했다. 나 또한 기꺼이 힘을 보탰다. 강의도 한 차례하며 14명 모든 교대학생들의 실습 현장 모습을 직접 찾아갔다. 실습을 다 마치고 수료증 수여 행사 때는 주미한국대사관의 한국교육원에서 다과를 준비해 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떠나기 전, 나에게 던진 질문 중 내 가슴 속 깊게 자리잡았던 것들이 있었다. 왜 나는 이런 프로그램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는지,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페어팩스 카운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였다. 나는 상호 문화 교류와 교사 성장 기회, 이 곳의 교사들도 한국의 대학생들에게서 배우는 점이 있을 거라는 대답을 했지만, 다소 피상적으로 들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실습 학교 중 한 곳의 교장이 보낸 이메일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전해주었다. 실습생이 떠난 바로 다음 주 월요일, 한 4학년 교실에 한국에서 막 전학 온 학생이 있었다. 영어가 서툴고 어색해하던 그 학생에게, 실습생이 가르쳐준 ‘딱지치기'를 기억한 급우들이 다가와 함께 놀자고 권했다. 그 순간 전학생의 눈이 반짝였다고 한다. 바로 그거다! 이렇듯 다양한 문화 체험이 페어팩스 카운티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고, 삶에 작은 변화와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바라본 우리 교사들뿐 아니라 얘기를 전해들은 모두에게 귀한 배움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교대 실습생에게 전했고, 학생은 감동 받았다고 했다. 나 역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프로그램에 시간을 들인 큰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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