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서부로 직장을 옮긴 후, LA에 갈 일이 종종 생긴다. 딸아이로부터 김치를 보내 달라는 연락이 올 때면, 잠깐 고민을 한다. 속달로 부치면 요금이 비싸고, 그라운드로 보내면 가는 시간 동안 김치가 쉴 것 같다. 그러다 아이도 볼 겸 당일치기로 LA를 휘리릭 다녀온다.
딸이 좋아하는 김치를 종류별로 담근 후, 몇 개의 작은 통에 나누어 50파운드 한 박스로 만들어 화물로 부친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두까지 화물로 보내기에는 용량 초과라 꽁꽁 얼려서 기내에 들고 탄다. 액체는 아니지만 음식이라 보안에 걸릴까 싶어서 보안 요원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봐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의 이런 행동이 한국에서 시골에 살던 어른들이 자식들 먹이려고 여러 음식을 보자기에 싸서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버스 터미널을 향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LA에 도착하니 26년 전 온 가족이 여행할 때 봤던 우정의 종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산 페드로(San Pedro)에 있는 ‘우정의 종각’을 보러 갔다.
그 중 나이 든 백인이 강아지랑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굿 모닝”이라고 인사를 하니, 그 분도 인사를 하면서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당연히 한국인이고, 26년 전에 서부 여행할 때 왔던 기억이 있어서,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어디에 사냐”, “버지니아에 산다” 등 간단한 통성명과 호구 조사를 하고 나니, 종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고 싶다고 한다.
내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그 분은 거꾸로 나에게 바쁠 거 같은데 시간을 내 줘서 고맙다며 종을 돌면서 설명을 해 준다. 그 사람 이름은 Jon. 현재는 은퇴를 했고, 거의 매일 공원을 둘러보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공원 전체를 돌면서 쓰레기를 줍는다고 했다. 태권도를 좋아하는 그는 스스로 전생에 한국인이었을 거라고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공원은 대포와 무기가 장착된 군사 요새(Fort)였는데, 미국 연방정부가 LA 시정부에 기증을 했고.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아 LA에 사는 한인들이 한국 전쟁에 참전한 미국 용사들을 기리고, 두 나라간의 우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한국에서 들여온 종이 바로 우정의 종이라고 설명했다.
누각 코너의 기왓장이 깨진 곳도 있고, 종각에 보수가 필요할 거 같아서 누가 이 종각 관리를 하느냐고 물었다. 주 정부·시 정부·카운티 정부가 서로 대화를 하는 데 의견이 달라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Jon의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부엌에 요리사가 많아서 음식을 망친다” (Too many cooks spoil the broth), 동시에 뇌로 번역을 해 보니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영어식 표현 같았다.
종은 월 1회 타종을 하는데, 매월 첫째 주 토요일 낮 12시에 33번의 타종을 한다고 한다. 타종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참석을 원하는 사람은 오전 11시45분까지 이 ‘우정의 종각’ 앞으로 가면 종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LA 쪽에 가는 분은 미리 종치기 예약을 해도 좋겠다. 문의 (562)234-8633(Jon Wiedenman)
한국에서 새해 보신각 종치기로 뽑히는 것은 올림픽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LA에 갈 기회가 있으면, 첫 번째 토요일로 잡아서 가는 것도 좋겠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종각의 12 기둥의 숫자와 그 의미, 왜 33번 종을 치는 지, 종에 주조된 그림 등 종(각)에 대한 설명은 직접 가서 들어보자.
문의 (703)625-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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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