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팀 최고위 3인 유럽행…대서양 동맹 파열음 속 접점 찾나

2025-02-10 (월) 08: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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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스 부통령·루비오 국무·헤그세스 국방 등 유럽서 회의체 참석

▶ 우크라전·IT규제·관세 등 쟁점…WSJ “트럼프 초점, 곧 유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후 처음으로 2기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유럽과의 '동시다발 접촉'에 나선다.

양측의 논의 결과에 따라 서방 중심의 국제 경제·안보질서를 지탱해 온 '대서양 동맹'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글로벌 무역 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대서양 동맹의 파열음까지 커진다면 국제질서의 혼란도 심화될 수 있다.


10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이 이번주 잇따라 유럽을 찾는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와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다.

루비오 장관은 뮌헨안보회의에 동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헤그세스 장관은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를 찾을 예정이다.

안보부터 경제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고위직들이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장이 열리는 셈이다.

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문제가 첫 번째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방 내에서도 휴전 방안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 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 등 각론을 두고는 여전히 이견이 불거질 소지가 크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자원을 요구하고 있어 방정식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유럽의 방위비 지출도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자체 방위비 지출 확대를 요구해 왔다.

이에 발맞춰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무기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AI 등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문제도 예민하게 다뤄질 쟁점으로 꼽힌다.

EU는 반독점법과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경쟁법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정작 이런 법의 규제 대상이 될 만큼 큰 규모를 갖춘 IT 기업은 대부분 자국 회사라 엉뚱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 왔다.

WSJ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엑스(X·옛 트위터)는 DSA 위반으로 전 세계 매출의 6%를 과징금으로 낼 위기이고, 애플과 메타 등도 DMA에 따라 매출의 최대 10%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과정에서 유럽의 DSA 규제가 미국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나토가 미국의 참여와 지원을 바란다면, 어째서 미국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미국이 IT 기술에 대한 규제 문제를 안보 협력과도 연계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EU 경쟁 당국은 "다른 나라에서 누가 지도자로 선출됐는지와 상관없이 법의 지배를 받을 뿐"이라며 미국 IT 기업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AI 정상회의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입장차 속에서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합의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세 등 세금을 무기로 삼는 글로벌 무역 전쟁의 확대 조짐이 감지되느냐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철강과 알루미늄에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11∼12일에는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와 동등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관세를 매기는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날 밝히기도 했다.

국경을 맞댄 캐나다·멕시코나 최대 견제 대상인 중국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피아 구분 없는 관세 전쟁을 예고한 것이다.

유럽의 경우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가 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매기는 국가에는 미국 내 세율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각서 내용의 골자다.

WSJ은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아메리카 대륙과 중동에 표적을 두고 이뤄졌지만, 그는 곧 유럽과의 관계로 초점을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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