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셰르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1964) ★★★★½ (5개 만점)
▶ 자끄 데미가 극본ㆍ감독한 오페레타
▶ 사랑ㆍ그리움ㆍ이별을 듬뿍 짙게 그려
▶ 아름답고 찬란한 색깔의 향연 선봬
색깔과 멜로디가 알록달록 곱기도 하다. 천사 같은 순결미를 지닌 카트린 드뇌브의 앳된 모습과 미셸 르그랑의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이 환상적이고 로맨틱한 뮤지컬은 지극히 깨끗하고 순수하며 아름다워 이 세상 얘기 같지가 않다.
빨강, 분홍, 노랑, 초록과 파랑을 비롯해 희고 검은색까지 온갖 색깔들이 화면 위에 사랑과 그리움과 이별을 듬뿍 짙게 그리는데 그 것을 보고 있자면 온 몸에 색깔들이 알록달록 묻어나는 것 같다.
프랑스 누벨 바그의 기수 중 한 사람인 자끄 데미가 극본을 쓰고 감독한 이 오페레타는 1964년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색깔의 향연은 다시 경험하기가 힘들 것이다. 드뇌브의 노란 셔츠와 금발 그리고 이 금발을 맨 검은 띠에서부터 우산가게 내부와 아파트의 벽지에 이르기까지 온통 색깔들이 불을 뿜는 것 같아 현기증이 날 정도다.
희한하게 느껴질 만큼 특이한 점은 배우들의 대사가 전부 노래로 불려 진다는 것. “이 분의 벤츠를 좀 봐드려”라든가 “다 됐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조금 더 기다리세요”라는 대답 등이 모두 멜로디가 붙은 낭송 식으로 노래 불려진다. 영화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어른들을 위한 로맨틱한 동화극처럼 영화는 3막으로 진행된다. 르그랑의 달콤 쌉쌀한 음악이 흐르면서 카메라가 비가 내리는 항구도시 셰부르의 거리 위로 높이 올라가 밑으로 지나가는 알록달록한 색깔들의 우산들을 아래로 내려찍은 메인 타이틀 장면부터 곱고 환상적이다.
*제 1막 ‘출발’
아직 10대인 아름다운 즈느비에브(카트린 드뇌브)는 작은 우산가게를 경영하는 미망인 에메리(안 베르농)의 외동딸. 즈느비에브의 애인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미캐닉으로 일하는 잘 생긴 기(니노 카스텔누오보). 기는 병상에 누어있는 아주머니 엘리즈(미레유 페레이)와 함께 살고 있는데 이 아주머니를 알뜰히 돌봐주는 처녀가 얌전한 마들렌(엘랑 파르네르).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즈느비에브와 기의 로맨스는 기에게 징집영장이 날아들면서 이별의 아픔을 맞게 된다. 즈느비에브는 기가 떠나기 전 날 사랑의 징표로 자기를 기에게 준다. 기가 떠나는 날 즈느비에브는 역 카페에서 “당신이 어디에 가건 나는 당신을 기다리겠어요”라고 다짐한다. ‘아일 웨이트 포 유’라는 이 노래는 영화의 대표곡처럼 여겨지면서 싱글로 빅 히트했다.
*제 2막 ‘님은 없네’
기를 태운 기차가 증기를 내뿜으며 기적 소리를 요란히 울리면서 즈느비에브를 멀리 밀어놓고 떠나간다. 음악은 애간장을 태우고. 즈느비에브는 기의 아기를 임신하는데 기로부터 편지가 오지 않아 큼 시름에 빠진다. 한편 에메리는 즈느비에브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다이아몬드 상 롤랑(마르크 미셸)을 딸의 신랑감으로 적극 권유한다. 여자의 마음은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다더니 즈느비에브는 롤랑의 청혼을 수락한다.
*제 3막 ‘귀향’
귀향한 기는 즈느비에브를 못 잊어 늘 상심에 젖어있다. 기의 아주머니가 사망하면서 마들렌도 떠나려하자 기는 마들렌이 자기를 사랑해 왔음을 깨닫는다. 기는 마들렌과 결혼, 아주머니의 유산으로 주유소를 차린 뒤 아들까지 낳고 행복하게 산다.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전 날 밤 주유소 앞에 고급 승용차가 정차한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즈느비에브. 차 안에는 한 소녀가 앉아 있는데 기를 똑 닮았다. 기와 즈느비에브는 인사말만 몇 마디 나눈 뒤 작별한다. 기는 나들이 갔다 돌아온 마들렌과 아들을 따뜻이 포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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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