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치 점령 하에 프랑스 시민들의 동조와 저항 그린 명작

2025-07-1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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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과 연민’(The Sorrow and the Pity·1971) ★★★★★(5개 만점)

프랑스 기록영화의 거장 마르셀 오퓔스가 만든 이 4시간 20분짜리흑백 기록영화는 ‘점령하의 프랑스 도시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나치 점령 하 프랑스 시민들의 적에의 동조와 저항과 반항을 분석하고 또 그것이 지금까지 어떻게 프랑스를 끈질기게 사로잡고 있는지를 깊이 파고든 명작이다.

이 영화야말로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 대한 일반의 생각과 느낌을 재 정의한 것으로 오퓔스는 주제를 주관적으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다뤄 기록영화를 예술의 형태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뷰 대상들과의 한담 식 대화와 뉴스필름을 교차해가며 보여주는데 1차 대전과 베르사유조약 그리고 1968년 프랑스 학생 시위에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시간대를 다루고 있다.


제1부 ‘붕괴’(The Collapse-127분)와 제2부 ‘선택’(The Choice-133분)으로 구분된 이 작품은 어떻게 군비 면으로나 정신적으로 열세인 프랑스가 나치를 대항해 싸웠으며 왜 어떤 사람들은 나치 동조자가 됐고 또 어떤 사람들은 레지스탕스 대원이 됐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나치 점령 하 프랑스 시민들은 일부는 레지스탕스 대원이 됐으나 나머지 많은 사람들은 나치에 동조, 유대인을 핍박하거나 홀로코스트를 방관했는데 프랑스는 비시에 괴뢰정권 페탕 정부까지 세우고 나치에 동조했다.

오퓔스는 역사와 인류학과 심리학 그리고 사회학을 종합해 진실의 뿌리까지 파고드는데(그러나 판단은 관객이 하도록 맡겼다) 귀족과 농부와 가게 주인과 정치인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 나치 점령 하 프랑스라는 나라의 정신상태를 집중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레지스탕스의 신화도 깨어지고 있는데 레지스탕스에 가담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부적합한 사람들이었다고 한 전 레지스탕스 대원은 주장하고 있다.

마르셀 오퓔스는 유대계 독일인으로 그의 아버지는 ‘라 롱드’와 ‘모르는 여인의 편지’ 등 명화를 감독한 막스 오퓔스. 오퓔스 가족은 1930년대 나치를 피해 프랑스로 도주해 프랑스 시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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