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대하 서사극’
2025-01-17 (금) 12:00:00
박흥진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브루탈리스트’ (The Brutalist) ★★★★½ (5개 만점)
▶ 자기 것을 지키려는 집념과 이민자로 온갖 역경을 딛고 꿈을 실현한 자의 생존 그려
라즐로가 자기가 건축하는 커뮤니티 센터의 설계도를 보고 있다.
대담하고 야심찬 작품이다. 한 건축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대하 서사 극이자 가슴을 파고드는 내밀한 드라마로 상영시간이 3시간 35분(휴게시간 15분 포함)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훌륭한 드라마다. 2차 대전 후 미국으로 이민 온 자기만의 독특한 비전을 지닌 건축가의 자기 것을 지키려는 예술가의 집념과 그가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가란 과연 무엇인가와 함께 이민자의 정체와 아메리칸 드림의 정의를 묻고 그리고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자기 꿈을 실현한 자의 생존을 그린 드라마다. 제목은 크고 육중하고 뼈대를 들어낸 건물의 건축양식을 쫓는 건축가를 뜻한다. 이 영화는 올해 골든 글로브 작품(드라마 부문)과 감독(브레이디 코베이-제작도 하고 공동으로 극본도 썼다) 및 남우주연상(에이드리언 브로디-드라마 부문) 등을 탔다.
1947년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헝가리 건축가 라즐로 토드(브로디)가 본의 아니게 아내 에르세벳(펠리시티 존스의 연기가 좋다)과 고아가 된 질녀 소피아(라피 캐시디)를 남겨 놓고 뉴욕에 도착한다.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가구점을 경영하는 사촌 아틸라(알레산드로 니볼라)의 집에 신세를 지면서 가구 디자인을 해준다. 라즐로는 어느 날 전쟁 덕에 떼돈을 번 재벌 해리슨 리 밴 뷰렌(가이 피어스가 잘 한다)의 아들의 부탁을 받고 이 집의 독서실을 새로 디자인 하나 해리슨의 눈에 안 들어 디자인 대가도 못 받고 퇴짜를 당한다.
그러나 라즐로는 해리슨과 같은 속물은 자신의 비전을 결코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아틸라와 그의 가톨릭 신도인 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라즐로는 아틸라의 집에서 나와 노숙자들을 위한 숙소에서 살면서 막노동을 하고 헤로인 중독자가 된다.
그런데 라즐로의 해리슨 독서실 디자인이 사진잡지 루크에 크게 실리면서 건축가들의 찬사를 받자 해리슨이 라즐로를 찾아와 밀린 돈을 주면서 자신을 위해 커뮤니티센터를 지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도서관과 체육관 및 극장과 교회를 겸비한 이 센터는 해리슨이 돈만 아는 사람이 아니고 자기도 지식인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건설을 부탁한 것.
이 건물을 건축하면서 라즐로는 건물을 위한 대리석을 구하려고 이탈리아에까지 가나 온갖 사고와 불상사가 일어나고 도중에 설계도를 바꾸라는 요구마저 받으면서 건축을 중도에 포기한다. 그리고 해리슨의 도움으로 에르세벳과 소피아가 미국에 와 라즐로와 재회하지만 자신의 야망을 결코 버리지 않는 라즐로는 온갖 시련으로 공격적이요 통한을 품은 인간으로 변모한다.건축이 중단 된지 한참 후에 해리슨이 라즐로를 찾아와 건축을 완성해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라즐로는 자기 비전대로 건축을 다시 시작한다. 영화는 1980년 나이 먹은 라즐로가 베니스에서 열린 자신의 건축 디자인 회고전에 참석하는 것으로 끝난다. 보고나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대작으로 브로디가 깊이와 열정을 지닌 뛰어난 연기를 한다. 촬영도 아주 좋다.
<
박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