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이건만 벌써 작년(昨年)이라고 적어야만 하는 시간의 큰 변화가 있었음을 우리들 대부분은 직감하고 있을 줄로 생각된다.
각양각색의 회포가 없을 수 없겠으나 본인의 경우를 굳이 말한다면 작년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관례의 형식이 완전히 예전과는 달랐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른 밤인 7시경에 목욕재배(沐浴再拜)가 아닌 샤워를 한 후 따끈한 구들 온돌방 이부자리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대신 이제껏 해 왔던 침대 잠자리 속에 5척 단구를 눕히고 잠을 청해 한참을 자고나니 괘종시계론 밤 11시 58분이다. 아, 이제 2분만 지나면 새해구나 하는 생각에 미침도 허사, 스마트전화를 보니 이미 새벽 0시 2분이 아니던가. 하여 우물쭈물하던 차 작년에서 새해로 탈바꿈의 순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마는 그전 방식이라면 샴페인을 터트린다, 친구들과 새해만찬이나 파티 등으로 맑은 정신으로 결심을 다지며 새해를 맞이해야 됨에도 흐리멍텅한 상태로 새해를 맞이하는 소위 서양식 방식이 줏대 없이 그 무엇이 좋아서 그 좋은 시절들을 허송했나 자괴심이 아니 들 수가 없었음을 실토한다.
새해 맞이하여 결심들을 하건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꼬리표가 달갑지 않게 달라붙으니 어찌할 노릇인가. 그게 바로 인간의 약한 면이 아니겠는가.
독한 사람과는 다시는 상종말지어다 하는 말은 약한 보통 인간들과는 대조되는 지독한 실행자, 결심자들을 비방하는 온당치 못한 이야기일 것이다. 지독하지 않다면 이 세상 살아감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로다. 그렇다고 남을 해치면서까지 일을 추진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자신에게 엄격하고 각고의 인내와 노력을 기울이라는 교훈일 것이다 .
새해 아침임에도 집사람의 기분이 그저 그런 것 같다. 어지럽다는 이야기이다. 무슨 별다른 것을 먹은 것도 아니며, 간밤에 잠을 설친 것도 아닌 것 같은 데 말이다. 곰곰 따져보니 취침 전 식욕촉진제 복용이 유일하다. 약국에서 약과 함께 따라온 참고 쪽지를 보니 어지럼증세가 올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이 눈에 뜨인다. 모든 문제를 약으로 해결하려하거나, 지나치게 의사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은 현대사회의 한 단면이 아닐까. 대신 자연적 치유방법의 생활방식의 옛날 원시 고대사회가 그리워진다.
나의 책상 옆 한 켠에선 제목도 알 수 없는 음악이 온통 High End 음향기기로 구성된 LP Record판을 Turn Table 위에서 두 음악인이 해설과 함께 들려주는 음악 프로가 스마트폰 유튜브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복고풍이라 할까, 필자도 아주 오래된 Amplifier, Speaker, Turn table과 그리 많지는 않으나 들을 만한 LP판들이 있기에 가끔 막걸리나 소주를 홀짝홀짝 들이키며 애호음악을 듣고 있지만 여생이 다할 때까지 청력이 허락하는 한 음악회엔 못가더라도 애호음악을 계속, 더 듣고 싶다.
이것이 새해 소박한 나의 희망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험한 파도길에 일엽편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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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