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무명씨’ (A Complete Unknown) ★★★½ (5개 만점)
▶ 전형적인 전기영화 교본을 보는듯
▶ 딱 잡아 크게 흠 잡을 데는 없지만
▶ 영화의 극적 깊이나 충격이 부족
밥 딜란(티모데 샬라메)이 하모니카를 불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05년 수퍼 스타 컨트리 가수 자니 캐쉬의 전기영화 ‘워크 더 라인’(Walk the Line)을 감독한 제임스 맨골드(극본 겸)가 연출한 미 포크송의 전설적인 가수 밥 딜란의 전기영화로 전형적인 전기영화의 교본을 보는 것 같다. 딱 잡아 크게 흠 잡을 데가 없기는 하지만 영화가 너무나 통상적인 전기영화의 ABC를 좇아 만들어 극적 깊이나 충격이 모자란다. 소설을 읽는 다기 보다 교과서를 읽는 느낌이다.
마치 모든 사람의 비위에 맞게 만든 것 같은 작품으로 외관은 멀쩡하지만 얘기가 약하고 딜란을 비롯한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인물개발이나 성격묘사도 강렬하지가 못하다. 신선감이나 별 특색은 없지만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노래들과 촬영과 세트 그리고 의상 및 딜란 역의 티모데 샬라메의 좋은 연기 등 보고 즐기기엔 큰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상영시간 2시간 21분.
영화는 1961년 나이 19세의 밥 딜란이 통기타를 손에 들고 배낭을 진채 미네소타에서 뉴욕의 포크송의 진영인 그리니치 빌리지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1961년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대뜸 인기가 상승해 포크송의 기수가 된 딜란이 1965년 여름 뉴포트 포크 페스티발에서 통기타 대신 전기기타를 켜면서 포크송을 떠나 록뮤직을 수용하는 5년간의 딜란의 삶을 그렸다.
딜란에게 뉴욕의 포크송 무대를 안내한 사람이 밴조를 켜는 포크송 가수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턴)이다. 그러나 둘은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발에서 딜란이 페스티발 조직위원 중 한명인 시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기기타를 켜면서 포크송과 이별하다시피 하면서 록뮤직으로 전향한 것을 계기로 사이가 소원해진다. 그가 이렇게 록뮤직을 받아들이자 팬들의 반발도 컸다.
딜란에게 포크송 무대의 커튼을 열어준 또 다른 사람이 전설적인 여자 포크송 가수 조운 바에즈(모니카 바바로)다. 바에즈와 딜란은 애인 관계를 이루지만 바에즈는 이기적이요 기회주의자이기도 한 딜란의 인간성 때문에 그와 애증의 관계를 가진다.
딜란의 또 다른 여자가 정치적 운동가이자 화가인 실비 루스(엘리 패닝). 루스는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딜란을 사랑하고 곁에 있지만 역시 딜란의 자기 과거를 안 밝히는 비밀 적이요 복잡한 성격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얘기가 다소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데 영화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부분은 딜란이 클럽과 야외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 그가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불면서 그의 인기 노래인 ‘라이크 어 롤링스톤’과 ‘블로인 인 더 윈드’를 부를 때 화면이 힘차게 살아난다. 특히 딜란과 바에즈가 함께 노래하는 이중창 장면이 일품이다. 영화에는 자니 캐쉬(보이드 홀브룩)와 딜란의 우상인 역시 전설적인 포크송 가수 우디 거트리(스쿳 맥네어리)도 잠깐 나온다.
샬라메의 연기가 특히 뛰어나고 노턴과 바바로와 패닝의 연기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나오는 인물들의 내면 성찰은 미흡하다. 구태의연한 탈을 벗어던지고 좀 더 파격적인 작품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관람 등급 R.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