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말은 한 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거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올 2024년은 어떻게 보냈는가? 나 자신의 질문에 아련히 맴도는 단어들이 생각난다. 오늘이란 시간이 지나서 내일이 되어 한 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는 것이다. 강물은 소리 내어 흐르건만, 세월은 소리도 없다. 인지하지 못한 채 함께 간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도량과 아량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어린아이 같이 더 좁아져 가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 이곳에 황창연 신부님이 오셨을 때, “아픈 곳이 많아졌다고 인상을 이마에 쓰고 앉아 있으면 며느리나 가족이 깜짝깜짝 놀란다"는 얘기에 많은 사람들이 '하하하' 웃었었다.
인상을 자주 쓰면 주름이 더 선명해 지고 극도의 우울감이 올 수도 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져야 얼굴이 펴질 수 있다.
웃음이야말로 신께서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이 시 구절은 만해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에 나오는 말이다.
‘향기와 말소리'는 사랑과 진실이 담겨진 말일 것이고, ‘꽃다운 얼굴'은 아름답게 핀 꽃송이처럼 상대방을 한 순간에 사로잡는 웃는 얼굴이라고 풀이해 본다.
예부터 새해를 맞을 땐 대문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라는 글귀를 대문에 큰 붓글씨로 써 붙이곤 했다. 웃음이 끝이지 않는 집안에 많은 복이 들어 온다는 기원의 뜻이다.
구세군 종소리와 함께 세밑 자선냄비를 채워가는 따뜻한 손길에서도 한 해가 저물어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 준 사랑이 결국에는 자신의 삶을 의미와 보람으로 가득 차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등대불 같은 희망의 원천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때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의 은은한 종소리가 귓가에 솟구친다.
노숙자들이 불경기로 인해 크게 늘어난 것 같다. 한 몸 의지 할 곳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작은 소망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12월은 어려운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빛을 더해주며 훈훈하게 다가오는 ‘산타클로스'처럼 딱딱한 마음도 녹여준다.
나눔과 베풂, 기쁨을 전해 주었던 사람, 소중한 사람, 고마운 사람, 아름다운 만남에 감사하고 싶다. 한 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새 목표도 설정해야겠다.
‘언제나 인생은 미완성'이기에 지나온 날들은 아쉬움이 크다. 내년에는 기쁘고 희망찬 2025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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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포토맥 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