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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보험 가입 더 쉽게”… 가주, 보험규정 개정

2024-12-16 (월)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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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월 2일 새 정책 발효
▶ 요금산정 ‘기상·지리’ 활용

▶ 정부 “보험사 대거 귀환예상”
▶ 소비자단체 “요금 인상 우려”

“화재보험 가입 더 쉽게”… 가주, 보험규정 개정

가주 보험회사는 다양한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LA 카운티 소방국이 10일 말리부에서‘프랭클린’ 화재 진압작업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

앞으로 가주에서 영업을 하는 보험회사는 주택 보험계약 시 손실과 기상, 지리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단순히 과거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손실비용으로만 보험료를 산정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변수를 적용한 ‘재난 모델’을 통해 보다 정교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신 보험회사들은 화재가 빈번한 곳에 위치한 주택 수의 85% 비율에 대한 보험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15일 LA 타임스에 따르면 가주 주정부는 지난 13일 산불 위험지역에서 보험사가 더 많은 보험상품을 판매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내년 1월 2일 발효된다. 리카르도 라라 주정부 보험국장은 “소비자들은 내년 중반부터 보험회사들이 가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많이 목도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를 감안해 더는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이번 정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부보험국장인 마이클 솔러는 “가주에서 보험 회사가 약관을 작성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는 이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정은 가주 주정부가 보험업계와 맺은 광범위한 합의에서 비롯됐다. 주정부와 스테이트 팜과 파머스, 올스테이트 등과 같은 대형 보험사는 주 전체 시장에서 85%를 차지하는 산불 발생 위험지역에서 보험을 팔도록 합의했다. 일례로 주 보험시장에서 10% 점유율을 갖고 있는 보험사는 주에서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 내 8.5% 비율의 보험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는 이 같은 강제 규정이 없다.


가주 주정부가 보험업계와 이 같이 파격적인 합의를 맺은 이유는 기후변화와 가뭄 등으로 인해 산불이 잦아지면서 대형 주택보험사들이 가주시장을 떠나거나 주택 보험료가 폭등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총 7,386건의 산불 화재가 발생했고, 총 33만2,822에이커의 면적을 태웠다.

이로 인해 가주 주민들은 화재 발생으로 인한 제대로 된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주택 거래마저 가로막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가주부동산협회(CAR)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9만6,000명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2023년 주택 매매가 무산된 이유 중 13.4%가 비싼 주택 보험료 때문”이라고 지목했을 정도다. 일반 주택보험 가입길이 막힌 주택 소유주들은 주정부 프로그램인 ‘페어 플랜’(FAIR Plan) 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페어 플랜의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2020년 1,530억달러였던 보험의 리스크 노출 규모는 올해 9월 현재 4,580억달러로 급증한 상태다.

소비자 단체는 가주 정부의 새 주택 보험 정책과 관련해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화재로 인한 손실을 비롯해 기상, 지리 등의 변수를 적용한 ‘재난 모델’이 블랙박스가 돼 보험료를 급등시키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 감시 단체인 ‘컨슈머 워치독’의 전무 이사인 카르멘 발버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규정에 따라 보험료가 크게 인상되겠지만 보험 상품 판매는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정부의 부보험국장 마이클 솔러는 “주정부의 규제 절차는 부당한 요금인상을 방지하고 보험사가 85%에 해당하는 주택의 보장 목표를 충족하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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