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레이크 조지’ (Lake George) ★★★★ (5개 만점)
▶ 어둡다기보다 밝은 태양이 내려쬐는 느와르 영화로 가슴 훈훈하게 만들어
단(오른쪽)이 살해 지시를 받은 목표인 필리스와 함께 그런 지시를 내린 갱 두목의 숨겨둔 돈을 훔치기 위해 차를 몰고 있다.
단순한 내용의 소품 범죄 스릴러이지만 짜임새가 있고 사뿐하니 잘 만든 영화다. 굴곡진 플롯에 좋은 연기와 폭력과 액션 그리고 다크 유머와 우수마저 곁들인 영화로 다소 익숙한 내용의 작품이지만 그런 얘기를 약간 비틀어 새로운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삶에 지친 어수룩한 남자가 교활하고 영리한 여자(팜므 파탈)의 간계에 말려들어 둘이 함께 범죄를 저지르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느와르 영화의 틀을 했지만 느와르 영화치곤 두 범죄자에게 동정하게 되면서 그들을 오히려 응원하게 만들고 있다. 영화가 어둡다기보다 밝은 태양이 내려쬐는 느와르 영화로 보는 사람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희망이라곤 전무한 킬러가 갱 두목의 지시를 받고 이 두목의 전 애인을 살해하려다가 오히려 여자의 설득에 녹아나 살인 지시를 내린 갱 두목에게 역습을 가하는 서스펜스가 깃든 범죄영화이자 로드 무비요 위트와 어두운 유머를 갖춘 재미있는 작품이다.
옥살이를 하다가 한쪽 팔을 못 쓰게 된 전직 보험회사 직원 단(시야 위크햄)이 10년 옥살이 끝에 석방된다. 기족으로부터도 버림받고 장래와 자기를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는 단은 자기가 옥살이를 하게 된 원인인 LA의 갱 두목 아멘(글렌 플레쉴러)를 찾아간다. 단은 LA와 인근 글렌데일이 모두 내려다 보이는 언덕의 거대한 주택에 살고 있는 아멘을 찾아가 자기에게 줘야할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아멘의 곁에는 항상 권총을 소지한 덩지가 큰 하수인 하룻(맥스 카셀라)이 붙어있다.
아멘은 단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네가 내게 빚진 것이 있으니 내 부탁을 들어주면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말한다. 부탁이란 것이 아멘의 전 애인 필리스(캐리 쿤)를 살해하라는 것이다. 필리스가 자신의 부정한 내막을 너무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할 수 없이 권총을 받아든 단은 필리스를 죽이려고 여자의 뒤를 추적하다가 마침내 단 둘이 맞서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단은 킬러가 되기엔 도저히 적당치 못한 남자라는 것. 필리스를 죽이지 못한 단은 필리스에게 LA를 떠나 멀리 달아나 숨어 살라고 지시한다.
이에 필리스는 단에게 자기가 아멘이 현찰을 숨겨둔 곳을 알고 있으니 둘이 같이 그 것을 훔쳐 나눠 가지자고 제안한다. 이판사판인 처지인 단은 이에 응해 둘이 같이 아멘이 현찰을 숨겨둔 금고가 있는 집엘 잠입한다. 여기서 금고를 열 수 있는 지문 때문에 필리스에 의해 끔찍한 폭력이 발생한다. 비록 중년이지만 필리스는 섹시하고 영리하고 간계를 지닌 여자로 사람 잡기를 파리 잡듯 한다.
둘이 함께 아멘이 숨겨둔 돈을 훔치기 위해 차를 몰면서 영화는 로드 무비의 형태를 갖춘다. 그리고 끔찍한 폭력과 액션 속에서도 짓궂은 유머를 갖추면서 다크 코미디의 모양을 겸한다. 두 번째 찾아간 아멘의 돈이 있는 집에 들렀을 때 배꼽 빠지게 우스운 섹스 장면이 있는데 개가 끊임없이 짖어대 이 섹스를 방해한다.
이 영화에서 볼만한 것은 위크햄과 쿤의 절묘한 콤비네이션이다. 세상살이에 지쳐 후줄근한 내면과 외양을 한 단 역의 위크햄의 할 수 없이 살고 있다는 듯한 연기와 생기발랄하고 에너지 넘쳐흐르는 필리스 역의 쿤의 연기가 서로 맞부딪치면서 영화에 블 꽃을 튀게 만든다. 특히 쿤의 신이난다는 듯한 연기가 명품이다. 제프리 레이너 감독(각본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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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