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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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감사절에 감사한 일

2024-11-27 (수) 노세웅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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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내시경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4년전 대장 내시경을 한 후 담당 의사가 말하기를 팔십이 넘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장의 폴립 Polyp(물혹)이 자라 암이 되어 사망하는 일 보다는 다른 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이든 사람에게는 애매한 설명이 많다.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지난 여름 어느 주말에 갑자기 아랫배가 아파서 Patient xxx 라는 곳을 갔다. 주치의는 주말에 일을 하지 않으니 병원 응급실 가는 것보다 주말에도 오픈하는 Patient xxx 라는 곳에 가는 것을 선호한다. 그곳의 의사가 진찰하더니 대장 내시경 검사를 언제 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첫 질문이었다. 주치의와 상의 하라고 했다. 그날 진통제 주사를 맞고 나왔는데 그후로 무사했다.

교회에서 의사들과 만나서 고민 상담을 했다. 자기 같으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겠다고 조언을 해 주어서 감사했다. 그러나 소문에 대장 내시경 검사하다가 저 세상으로 간 사람도 있다고 하여서 주저하였다.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 의사에게 또 자문을 구했다. 내 형편을 잘 아는 그 친구는 그런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장내시경 검사를 강력히 권했다. Inova Fair oaks hospital에서 하기로 예약이 되었다.

전날 하루를 금식하고 설사약을 저녁에 먹고 당일 새벽에 또 먹고 대장안에 있는 음식물을 다 내보내고 가벼운 몸으로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수속을 미리 온라인으로 했기에 병원에서의 수속은 간단하게 끝내고 병실로 안내되었다. “혹시 오늘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긴장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천사 같은 사람이 나타나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한국인 간호사 2명과 한국인 마취의사, 대장 내시경을 하는 의사 모두 동포들이었다. 여기가 한국인가 미국인가 천국인가!

4년전에 대장검사 했을 때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지를 못했다고 알려주었다.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마취에 약하다는 말도 들었다.
드디어 수술실에 실려 들어갔다. 의사들, 간호사들이 둘러서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까지 보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복도를 나오는 중에 마취에서 깨어났다. 기분이 상쾌했다. 그들에게 감사해 했다.

내일이면 추수 감사절이다. 햇빛은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집에 들어와 아내가 끓여준 호박죽을 먹고 사르르 잠이 들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돌보아 준 아내에게는 감사하지 않았다. 이미 저 세상으로 가신 어머님께도 감사하지 않았었다. 지금까지 늘 돌보아 주신 성령 하나님께도 감사해 하지 않았다. 나는 작은 감사에는 감사하면서도 더 큰 감사에는 감사하지 못하는 바보다. 이번 추수 감사절에는 감사한 일을 하나 하나 세어 보아야겠다.

<노세웅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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